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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의료원, 3억6000만원 연봉줘도 지원자 ‘0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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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경남 산청군보건의료원(산청의료원)은 지난 2일 내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냈다. 이번이 3번째 공고다. 지난해 말 1차(11월 23일~12월 6일), 2차(12월 9일~29일)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1명도 없었다. 첫 공고 이후 두 달 가까이 문의 전화조차 없었다.

산청의료원이 제시한 내과 전문의 보수는 연봉 3억6000만원(세전)이다. 월 3000만원으로, 타 지역 공공의료원 ‘페이 닥터(봉급 의사)’와 비교해도 적은 편이 아니라는 게 의료원 설명이다. 내과가 있는 충남 청양, 경기 연천, 강원 평창·화천 지역 의료원은 월 1600만원~2300만원 수준이다.

산청의료원은 대도시 지역보다 문화·교육 등 생활여건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지원자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청의료원 공중보건의 A씨(30대)는 “퇴근하면 할 게 별로 없다. 운동하거나 TV만 본다”며 “도시에선 다양한 환자를 만나고, 최신 의료 정보도 쉽게 공유되는 편이지만 여기선 그게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산청의료원은 내과 전문의가 10개월째 공석이다. 병역의무 대신 3년 동안 보건의료 취약지구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가 지난해 4월 전역한 뒤부터다. 이 때문에 중증 당뇨·고혈압 등 내과 전문 진료를 하긴 어려운 상황인데, 하루 평균 150명인 의료원 내원 환자 중 절반이 내과 환자다.

산청의료원은 의료원장과 공중보건의 8명이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일반의 또는 마취통증의학과·소아청소년과·외과·안과·신경과·성형외과 전문의다. 내과 관련 경증 환자는 진료할 수 있지만, 중증 환자까지는 감당할 수 없다. 산청군은 지난해 11월 경상국립대학교병원과 의료분야 업무협약을 체결, 매주 1차례 당뇨·갑상선·골다공증 등 내분비질환 진료 지원도 받고 있다.

산청의료원 관계자는 “이번에도 지원자가 없으면 연봉 인상, 주택 제공 등 다른 방안을 찾아보려 한다”며 “몇 년째 경남에 내과 공중보건의가 배정되지 않아, 경남도를 통해 보건복지부에 우선 배정도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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