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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서울 악성미분양 아파트 36가구 샀다…"공공임대로 활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월 분양한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 팰리스'. 최근 LH가 이 아파트 미분양 물량 중 36가구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1

지난해 1월 분양한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 팰리스'. 최근 LH가 이 아파트 미분양 물량 중 36가구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최근 서울의 악성 미분양 아파트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36가구를 매입했다.

15일 LH에 따르면 LH 서울지역본부가 지난달 21일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면적 19~24㎡의 원룸형 36가구를 각각 2억1000만~2억6000만 원에 매입했다. 지난해 1월 2억5000만원에 분양한 전용 19.98㎡ 2층을 2억1200만원에 매입하는 등 최초 분양가 기준으로 약 15% 할인된 가격을 적용했다. LH 서울지역본부가 이번 매입에 들인 비용은 총 79억4950만원으로, 향후 LH는 이를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LH의 매입임대 제도는 LH가 기존 주택을 매입한 뒤 개보수해 주거여건이 취약한 계층에 임대하는 주거 지원 사업이다. 기존의 LH 매입임대 주택 유형은 다세대·다가구 주택과 오피스텔 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 LH의 매입임대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대거 매입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서울의 대표적인 악성 미분양 단지로 꼽혔다. 지난해 1월 일반분양 당시 최초 경쟁률 6.43대 1을 기록했지만, 당첨자들이 무더기로 계약을 포기하면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지난해 6월 입주 이후에도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하자 시행사는 분양가를 15% 할인하고, 입주자 관리비 대납 조건도 내걸었다. 이후 무순위 청약을 7차례나 진행했지만, 입주자를 찾지 못했다.

LH 관계자는 “이번 매입은 지난해 9월 매입임대주택 모집 공고 때 해당 단지 시행사 측에서 LH에 신청했고, 이를 심사해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 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주문한 것과는 별개로 진행된 일이라는 설명이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 내 상가에 입주된 아파트 분양 사무실 앞에 이파트 할인 분양을 알리는 홍보 포스터가 놓여 있다. 뉴스1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 내 상가에 입주된 아파트 분양 사무실 앞에 이파트 할인 분양을 알리는 홍보 포스터가 놓여 있다. 뉴스1

정부, 매입임대주택 사업 확대 검토 중 

국토부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현재 운영 중인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H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중 일부를 매입해 임대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LH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급증하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이를 사들인 전례가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5만8027가구로, 한 달 전(10월)보다 22.9%(1만810가구) 증가했다. 이 가운데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체의 12.3%인 7110가구로 집계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한 포럼에서 “미분양 아파트 6만2000가구를 위험선으로 보는데, 매달 1만 가구씩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분양 아파트의 가파른 증가 속도로 볼 때 지난해 12월 통계에서 이미 위험선인 6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예산 확보와 시장 반발 등이 과제다. 현재 LH의 부채비율은 221%로 여전히 위험 수준인데다 정부가 지정한 채무위험기관으로 2026년까지 부채비율을 207%로 감축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어 매입 물량을 크게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건설가의 고분양가와 수요예측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정부와 공기업이 떠안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국토부와 LH는 “미분양 주택 매입은 재정여건, 임대수요, 지역별 상황 및 업계 자구 노력 등을 고려하여 그 수준 등을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며 “현재 실무진이 검토 중인 단계로 절차, 규모 등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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