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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기밀문서 뭉치' 특검 간다…한국계 검사장이 수사 지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회견을 열었다. Attorney G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회견을 열었다. Attorney G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부통령 때 접근 권한을 가졌던 기밀문서 뭉치가 또 발견됐다고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9일 기밀문서 유출 사실이 처음 알려진 뒤 나흘 만에 세 번째 문서 유출이 공개된 것이다. 일급비밀을 포함해 최소 수십건의 문건이 개인 사무실과 자택 차고 등에서 잇따라 발견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특별검사 조사를 받게 됐다. 갈랜드 장관은 이날 한국계인 로버트 허(50) 전 메릴랜드주 연방 검찰청 검사장을 특검으로 임명했다.

갈랜드 장관은 이날 회견을 열고 "오늘 아침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가 (검찰에) 전화를 걸어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대통령 개인 거주지에서 기밀분류 표시가 된 추가 문서가 발견됐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최근 나흘간 바이든 대통령 측이 반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밀문서 세 뭉치의 존재는 순차적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개인 변호사는 지난해 중간선거(11월 8일) 직전인 11월 2일 바이든이 부통령 퇴임 후 개인 사무실로 써온 '펜 바이든 센터' 워싱턴 사무소에서 첫 번째 기밀문서를 발견했으나 침묵하다가 두 달이 지난 9일 CBS 뉴스 보도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20일 윌밍턴 사저에서 두 번째 문서 뭉치가 나왔는데, 이는 지난 11일 NBC 뉴스 보도로 공개됐다.

갈랜드 법무장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허 전 검사장을 특검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계인 허 특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법무부 수석 차관보를 거쳐 2018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메릴랜드주 연방 검사장을 지냈다.

이로써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기밀문서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초유의 상황이 전개됐다.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를 압수수색해 퇴임 때 반출한 기밀문서를 회수했다. 갈랜드 법무장관은 지난해 11월 트럼프를 조사할 특별검사 잭 스미스를 임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경제 관련 행사에서 기자들 질문에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우리는 법무부 검토에 전적으로 완전히 협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내 변호사들은 집 차고와 파일 캐비닛에서 기밀이라고 찍힌 소량의 문서를 발견했다"면서 "법무부는 즉시 통보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모든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 변호사인 리처드 사우버는 성명을 내고 "조사를 통해 이 문건들이 부주의하게 잘못 포함된 것으로 밝혀질 것이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기자들 답변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기자들 답변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기밀문서의 존재를 몰랐고, 내용도 모르며, 발견 즉시 관계 당국에 제출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대로 처리했다고 주장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이런 기록이 발견된 것에 대해 놀랐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문건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것이다.

또 "바이든의 개인 변호사들은 문서의 존재를 확인한 즉시 국립기록물보관소와 법무부에 연락했고, 문서를 넘겨줬으며, 법무부와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밀문서를 돌려주지 않으려 하고, 사법 당국에 비협조적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취지다. 기밀문서를 정해진 곳 외로 반출하는 것은 연방법 위반이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을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의회가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 여부를 조만간 밝힐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적 타격과 파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CNN 보도에 따르면 첫 번째 기밀문서 뭉치에서 나온 10건의 문서에는 이란, 우크라이나, 영국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가 담겼다. 문서를 발견하고도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즉각 공개하지 않은 것은 투명한 정부 운영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허 특검은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연방대법원 재판연구원으로 법조계에 발을 들였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메릴랜드주 연방검찰청에서 검사로 일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메릴랜드주 연방지검장으로 임명해, 2021년 2월까지 재직했다. 마약, 사기 등 강력범죄, 국가안보와 사이버 범죄 등 골고루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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