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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늘려달라"…가덕도와 경쟁 안 한다는 TK 신공항 진실 [팩트체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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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통합신공항 조감도. 연합뉴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조감도. 연합뉴스

 ‘올 상반기 내 특별법 제정 및 사전타당성 검토(사타) 완료.'

 국토교통부가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계획 중 하나다. 대상은 바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하 TK신공항)'이다. TK신공항은 현재 공군과 민간이 함께 쓰고 있는 대구공항을 경북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 일원으로 옮겨 2030년 개항할 계획이다.

 군공항 관련은 대구시가, 민간공항 부분은 국토부가 담당해서 추진 중으로 군 공항 관련 기본계획은 지난해 발표됐다. 군 공항은 대구시가 기존 공항부지를 개발해 그 비용을 충당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이뤄지며, 사업비는 약 11조 4000억원가량이다.

 대구시가 세운 기본계획에 대한 국방부의 타당성조사 등을 거쳐 사업이 추진될 예정으로 군에서 요구하는 사항과 필요시설 등이 대략 정해져 있어 큰 이견은 없을 거란 관측이다.

 문제는 전액 재정으로 지어지게 될 민간공항 부분이다. 현재 국토부가 발주한 사타가 진행 중으로 민간공항의 규모를 얼마로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처음 TK신공항이 거론될 때만 해도 대구시가 연간 900만명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원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통합공항 중 민간공항 규모가 관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한해 대구공항 이용객은 466만명으로 최근 10년 내에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이 중 국제선 여객은 257만명이었다. 연간 900만명은 최고치의 2배 규모인 셈이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분위기가 또 달라졌다. 대구시가 자체연구를 거쳐 국토부에 건의한 시설규모는 현재 기본계획 수립이 진행 중인 가덕도신공항 못지않다. 대구시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신공항 청사진을 마련하되 가덕도신공항과 경합이 없도록 분석했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TK신공항에 B747 항공기가 운항할 수 있도록 3800m 길이의 활주로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대한항공의 보잉747-8i. 연합뉴스

대구시는 TK신공항에 B747 항공기가 운항할 수 있도록 3800m 길이의 활주로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대한항공의 보잉747-8i. 연합뉴스

 우선 2개가 건설될 활주로 중 하나는 대형항공기인 B747-400F가 뜨고 내릴 수 있도록 길이를 3800m로 늘려달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 대구공항과 같은 2750m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또 향후 수요 증가에 대비한 제3 활주로 건설도 포함했다.

 반면 가덕도신공항은 3500m짜리 활주로 1개만 계획돼 있다. 대구시가 제시한 TK신공항의 예상수요는 가덕도신공항을 뛰어넘는다. 대구시는 개항 5년 뒤인 2035년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국제여객수요의 14%가량을 수용할 거라고 전망한다.

 또 2060년엔 이용객이 2887만명에 달할 거라고 예상한다. 가덕도신공항의 경우 지난해 발표된 사타에서 나온 예상수요는 2231만명(2060년 기준)이었다. TK신공항이 가덕도신공항보다 650만명 이상 예상 수요가 더 많다.

 대구시 예상 수요는 가덕도 추월  

 대구시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은 부산·울산·경남과 전남·광주를 수요권역으로 잡았지만, TK신공항은 이와 겹치지 않게 대구·경북 전체와 충청·강원권 일원을 수요대상지역으로 산정했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9년 내국인 국제선 이용객의 19%가 대구·경북·대전·세종·충남·충북·강원도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잠재수요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화물 역시 이들 지역의 비중(중량 기준)이 25.7%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대구시가 설정한 TK신공항의 예상수요권역. 자료 대구시

대구시가 설정한 TK신공항의 예상수요권역. 자료 대구시

 게다가 지난 2021년 9월 발표된 정부의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에서 TK신공항이 가덕도신공항과 같은 '거점공항'으로 위계가 설정되었기 때문에 대구시 내부에선 그에 걸맞은 규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토공과 활주로 부문에 기부 대 양여사업의 일부가 활용되기 때문에 국가 재정이 대폭 절감될 수 있다"며 "약 1조 4000억원에서 3조원만 투자하면 중대형 공항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3800m짜리 활주로의 경우 2750m는 군공항에 적용되는 기부 대 양여사업의 일부를 활용하고, 나머지 1050m에만 재정을 투입하면 된다는 얘기다. 가덕도신공항은 사타 결과 사업비가 14조원 가까이 추정됐다.

 이렇게 보면 TK신공항은 다른 공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재정만으로도 미주와 유럽을 오갈 수 있는 중대형 공항으로 만들 여지는 있다는 평가다.

 "수요와 수익성 면밀한 검증 필요"  

 그러나 대구시가 예상한 수요가 제대로 나올지를 두고는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대전·세종·충청·강원권은 인천공항 수요권과 적지 않게 겹친다. 또 가덕도신공항 수요권과도 일정 부분 중첩을 피하기는 어렵다.

 단거리 국제선은 김포공항, 청주공항과도 수요권이 상당 부분 중복된다는 지적이다. 또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 수요만 계속해서 상승세를 그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화물 역시 마찬가지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사진 부산시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사진 부산시

 익명을 요구한 교통전문가는 "가덕도신공항도 수요가 기대만큼 나올지 우려가 있는데 TK신공항까지 유사한 규모로 짓는 게 타당한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항은 철도나 도로와 달리 완공했다고 해서 국내외 항공사가 무조건 취항하지 않는다"며 "충분한 수요와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개항 후 텅 빈 양양공항이나 무안공항처럼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토부도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주종완 국토부 공항정책관은 "(제기되는 여러 사안에 대해) 사타 과정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잘 따져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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