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미국에 3조원대 자금을 투입해 통합 태양광 생산단지 ‘솔라 허브’를 구축한다. 미국 태양광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로, 단일 기업이 북미에 밸류 체인별 태양광 생산라인을 완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구영 한화솔루션 대표는 11일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3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달튼과 카터스빌에 내년 가동을 목표로 ‘솔라 허브’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이는 북미 최대의 태양광 생산단지가 될 것이다. 대규모 북미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크게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솔루션은 카터스빌에 새로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기존 모듈 기지가 있는 달튼 공장의 생산라인을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기존 달튼 공장은 모듈 전용 공장으로 설계돼 있어 카터스빌에 신규 용지를 마련하게 됐다”며 “전력 공급과 폐수 처리, 물류 조달도 양호하다. 두 공장이 30분 거리라 충분히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터스빌에는 총 3조원을 투자해 3.3GW(기가와트) 규모의 잉곳·웨이퍼·셀·모듈 통합 단지를 조성한다. 태양광 가치사슬(밸류체인)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구분되는데, 여기서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을 한곳에 생산할 계획이다. 내년 말 상업 생산 시작이 목표다. 폴리실리콘은 지난해 한화솔루션이 지분을 인수한 ‘REC실리콘’의 제품 투입을 검토 중이다. 태양광 모듈을 생산해온 기존 달튼 공장은 라인 증설을 통해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1.7GW에서 올해 말 5.1GW로 확대한다.
미국 내 ‘솔라 허브’ 신·증축이 완료되면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은 8.4GW로 늘어난다. 이는 130만 가구가 1년간 사용 가능한 전력량으로, 실리콘 전지 기반 모듈을 만드는 태양광 업체 기준으로 북미 최대 규모라는 게 한화 측의 설명이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투자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류성주 큐셀부문 미국제조본부장은 “IRA에 따라 밸류체인별로 1와트당 모듈 7센트, 셀 4센트, 잉곳·웨이퍼 각 4.69센트씩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솔라 허브의 제품 생산이 본격화할 경우 연간 8억7500만 달러(약 1조원)의 세제 혜택이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연방·주정부 차원에서 한화의 투자를 유치하기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놨다고 한다. 이 대표는 “조지아주 정부가 법인세·부가세 감면 등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급, 공장용지 할인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공장 인프라와 인력 채용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며 “특히 연방정부는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30%의 세액공제 혜택을 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솔라 허브 조성은 미국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최대한 활용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며 “매년 20% 안팎 급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태양광 산업의 핵심 생산기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솔루션은 솔라 허브가 내년 가동을 본격화하면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메이드 인 아메리카’ 태양광 제품 판매로, 현지 1위 자리를 굳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 주택용 태양광 모듈 시장(17분기 연속)과 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12분기 연속)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