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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과자 주렁주렁…용돈 털어 선물한 '초등생 산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31일 오후 전북 전주시 효자동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벽면에 초코바·젤리 등 과자가 담긴 봉지 60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해당 아파트 라인 7층에 사는 우전초 6학년 김민송(12)양이 용돈을 모아 준비했다. 사진 독자

지난달 31일 오후 전북 전주시 효자동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벽면에 초코바·젤리 등 과자가 담긴 봉지 60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해당 아파트 라인 7층에 사는 우전초 6학년 김민송(12)양이 용돈을 모아 준비했다. 사진 독자

김민송양, 용돈 5만원 모아 선물 준비 

초등학생이 새해를 맞아 이웃에게 가져가라며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과자 봉지를 매달아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벽면에 초코바·젤리 등 과자가 담긴 봉지 60개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과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계묘년인 2023년을 상징하는 검은 토끼 그림이 그려진 도화지에 붙어 있었다.

토끼 그림 말풍선엔 '가져가세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과자 봉지마다 누군가 펜으로 '행복합시다' '사랑합니다' '로또 1등 가자'란 글을 썼다.

'깜짝 선물'을 한 주인공은 이 아파트 라인 7층에 사는 초등학생이다. 올해 우전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는 김민송(12)양이 "이웃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며 용돈 5만원을 모아 직접 준비했다.

김민송(12)양이 새해 선물로 준비한 과자는 이튿날 모두 사라졌다. 대신 과자가 봉지가 붙어 있었던 도화지에 이웃들이 '잘 먹겠습니다' '덕분에 기분이 좋았어요' 등 메모를 남겼다. 사진 독자

김민송(12)양이 새해 선물로 준비한 과자는 이튿날 모두 사라졌다. 대신 과자가 봉지가 붙어 있었던 도화지에 이웃들이 '잘 먹겠습니다' '덕분에 기분이 좋았어요' 등 메모를 남겼다. 사진 독자

2021년 이어 두 번째…"잘 먹을게요" "덕분에 기분 좋아" 

김양은 도화지에 검은 토끼를 그리고, 과자를 종류별로 5개씩 일일이 봉지에 담았다. 어머니 백인숙(51)씨는 "과자와 도화지를 사는 것만 도왔다"며 "아파트가 13층까지 두 라인인데, 마음껏 가져가게 과자를 넉넉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큰돈이 든 건 아니지만, 김양의 과자 선물은 아파트에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밤새 이웃들이 과자 봉지를 모두 가져가 새해 첫날 오전 엘리베이터 벽은 텅 비었다. 대신 일부 주민이 도화지에 '7○○호 덕분에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세요' '잘 먹을게요. 고맙습니다' '2023년에 행복 가득한 일만 있길 바래(라)요' 등 메모를 남겼다. 엘리베이터에서 김양을 알아보고 '아이고 너냐, 네 덕분에 기분이 좋았다. 고마워'라고 칭찬해 주는 이웃도 있다고 한다.

김양이 이웃에게 새해 선물을 준 건 2021년 12월 말에 이어 두 번째다. 그때도 엘리베이터 벽면에 젤리 등 본인이 좋아하는 과자를 붙여 놨다는 게 백씨 설명이다. 한 이웃은 '고맙다'는 메모를 남기고, 다른 이웃은 김양 집 앞에 아이스크림이 담긴 상자를 놓고 갔다고 한다.

과자 선물을 받은 1층 주민이 최근 7층 김민송(12)양 집 현관문 앞에 두고 간 쪽지와 과자 상자. 사진 독자

과자 선물을 받은 1층 주민이 최근 7층 김민송(12)양 집 현관문 앞에 두고 간 쪽지와 과자 상자. 사진 독자

1층 이웃, 김양 집 앞에 과자 상자 두고 가 

백씨는 "딸은 다른 사람이 기뻐하면 본인이 더 행복해하는 아이"라며 "이웃이 좋아해 주니 '그런 말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고맙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연말 '또 하고 싶다'면서 '재작년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 1층 주민은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번엔 1층 양쪽 집 현관문 옆에도 과자 봉지를 붙여 놨다"고 했다.

반응은 바로 나타났다. 며칠 뒤 1층 한 주민이 7층 김양 집 현관문 앞에 '안녕하세요. 1○○호입니다. 덕분에 행복한 주말 보냈습니다. 7○○호 가족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라는 쪽지와 함께 과자 상자를 두고 갔다.

한 주민은 "초등학생 마음 씀씀이가 기특하다"며 "각박한 시대에 과자 선물을 받고 가슴이 따뜻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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