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원 721명 출신대학 살펴보니 … 서울대 출신 2년새 절반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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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임원들 가운데 전통 명문대 비중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삼성전자가 제출한 분기 보고서(11월 14일 기준)에 따르면 상무보 이상 임원 721명 가운데 경북대 졸업자가 63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대는 56명으로 성균관대(58명)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연세대와 고려대도 각각 6, 7위에 머물렀다.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을 모두 합쳐도 127명(17%)에 불과해 전체 임원의 5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미시간대.일리노이대 등 외국 대학 출신(138명)보다도 적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종학력 기준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학부를 마치고 해외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경우에는 외국 대학 졸업자로 집계하기 때문에 실제 출신 대학과는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2년 전과 비교해 봐도 'SKY' 비율이 많이 줄었다. 2004년 보고서에는 서울대(100명)는 유학파(102면)와 비슷한 숫자를 차지하는 등 'SKY' 비율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었다. 반면 올해에는 경북대.성균관대.KAIST 등의 순위가 많이 올랐다. 전통적으로 공대가 강세인 한양대.인하대.아주대.광운대.숭실대도 비중이 컸다. 갈수록 엔지니어 출신 경영진이 늘어나는 것이다.

또 지방대 출신은 111명(2004년 102명)에 달했고 상고 출신은 5명, 전문대 졸업자도 4명이 있었다. 지방대 출신 중에는 영남 지역이 많았고 호남 지역 대학 출신은 학교별로 1~2명 남짓에 불과했다. 1980년대부터 입사한, 구미공장 등 주요 사업장이 모여 있는 지역의 공학계열 출신들이 최근 몇 년간 임원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라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최고 경영진 가운데는 공대 출신이 많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6명의 등기이사와 주요 사장단 9명의 전공을 살펴보면 9명이 공학을 전공했고 6명이 상경계를 졸업했다.

삼성전자 인사팀 관계자는 "대학 졸업자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전통 명문대와 다른 대학 간의 차이가 거의 사라진 데다 학벌보다 실력을 우선하는 인사 정책이 자리 잡은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부분의 부서에서 부장급이 될 때까지 업무가 과중한데, SKY 출신들은 직장을 옮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직원 8만2410명 가운데 과장.차장급이 1만5000명, 부장급이 2000명 내외다. 임원은 전체의 1%도 안 된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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