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추계 1월로 당겨 발표" 빨라지는 연금개혁…건보 개혁안 9월 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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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 시계가 빨라진다. 정부가 개혁안 마련 근거 자료가 되는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발표를 당초 3월에서 이달로 두 달 앞당기기로 하면서다. 10월로 예정된 연금 개혁안도 이르면 상반기 중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인구 정책은 '저출산 대응'에서 '초고령화 적응'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기로 했다. 고령자가 정년 이후에도 직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제'를 검토한다.

보건복지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 보고했다. 복지부는 ▶촘촘하고 두터운 약자복지 확대 ▶생명·건강 지키는필수의료 강화 ▶지속 가능한 복지개혁 추진 ▶보다 나은 미래 준비 등을 핵심 추진과제로 꼽았다.

재정추계, 법상 마감보다 두 달 먼저 발표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전날(8일) 기자단 설명회에서 “재정적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 보장을 3대 원칙으로 연금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라며 “연금개혁의 기초가 되는 재정추계 발표를 3월에서 1월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ㆍ고용노동부ㆍ여성가족부ㆍ식품의약품안전처ㆍ질병관리청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ㆍ고용노동부ㆍ여성가족부ㆍ식품의약품안전처ㆍ질병관리청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연금의 재정 건정성을 진단한다. 제도를 유지할 경우 쌓인 기금이 언제쯤 고갈되고, 그 이후에는 보험료율을 얼마로 올려야 감당가능한지 등을 추산한다. 재정 계산의 마감시한은 3월이고, 이를 토대로 정부는 10월에 연금보험료 조정 등 연금 운영 전반에 대한 계획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기일 차관은 일정을 당긴 것 관련, “국회에 구성된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민간 전문가들이 1월 내 안을 내놓고 이후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3월까지 (재정추계)결과를 제출한다면 서로 방향이 맞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연금특위에서도 추계 결과를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 차관은 “시산 결과를 1월에 국회 특위에 제출하고, 3월에 전체적인 (추계)결과를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재정추계 도출이 빨라진다면 당초 10월로 예정된 국민연금 운영계획도 예상보다 앞당겨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기일 차관은 “기초연금 등 노후소득 보장 체계 전반의 구조 개혁이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9일 오후 브리핑에서 “전달 과정에 오해가 있었다”라며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을 포함한 노후 소득 보장 제도 전반의 구조개혁은 여러 제도가 얽혀있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발 물러섰다.

지난 2018년 연금 4차 재정계산에선 현행 체계(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 때 915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이 2057년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금의 20~30대가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때다. 국회예산정책처 등에선 고갈 시기를 더 빨리 보고 있다. 정책처는 앞서 현재 연금 구조에선 2039년 재정이 적자로 전환하고 2055년 바닥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는 보험료 인상, 소득대체율 인상, 연금 지급 및 의무가입 연령 상향 등의 개혁 주요 의제를 확정하고 특위에 보고했다.

“재정계산 회의록 공개, 사명감 갖고 추진”

이기일 차관은 우리보다 앞서 2004년 대대적 연금개혁을 달성한 일본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일본 연금 개혁의 시사점으로 13년간 0.354% 포인트씩 단계적으로 보험료율을 올리고, 정치적으로 과감한 추진력이 뒷받침됐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 차관은 “후생노동성 관료들이 치밀하게 제도를 설계했고 의회와 적극 협력했다”라며 “사명감을 갖고 최대한 노력해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재정계산위원회 회의록을 전부 공개하고 전문가 포럼을 실시간 생중계하겠다. 연령·대상·권역별로도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규홍 장관은 “대통령께서 연금개혁은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정부는 과학적인 데이터를 충분히 조사하고 국회 연금특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또 “정치적 타협과 표결은 마지막에 하는 것이고 그 전에 충분한 숙의와 과학적 연구가 선행돼야 민주주의 국가 모습이라고 했다”고도 전했다.

복지부는 인구정책을 기존의 저출산 대응에서 벗어나 초고령사회 진입과 인구 감소에 대비하고 적응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보고했다. 고령화 대비를 위해 고령자 계속 고용제, 세대상생형 임금체계 확산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본은 정년을 만 65세로 늦추고, 기업에 만 70세까지 계속고용을 의무화했는데, 이러한 대책을 국내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 차관은 “일본은 법적 정년을 60세, 공무원은 65세로 연장하고, 민간은 70세로 연장 진행 중”이라며 “공무원의 경우 과장이 61세가 되면 계장으로 (직위가) 떨어져서 일하고 급여를 (기존의) 70%를 주는 방식인데, 우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 공청회에서 기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 공청회에서 기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복지부는 건강보험 개혁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중 건보지속가능성제고대책을 내놓는다. 지난달 열린 공청회에서는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등의 과다 의료 이용과 자격도용·무임승차 등으로 인한 재정 누수를 막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하반기 중으로는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을 마련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수가 보상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서 수술, 처치 부분 보상을 강화하고 영상 검사 등의 과잉된 부분은 조정할 것”이라며 “1월부터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 9월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상반기 내내 협의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며 “중간에 합의가 도출된 부분에 대해선 신속하게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와 비대면진료 제도화 논의 속도 

이날 복지부는 이달 중 어린이병원 사후 적자 보상, 소아응급체계 강화 등 소아진료 지원방안을 골자로 한 필수의료지원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박민수 차관은 “약자복지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곧 필수의료 정상화”라며 “중증 응급, 분만, 소아 진료에 대해 지역 단위 적정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보상을 강화하고,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기타 적정 치료가 곤란한 분야 지원을 담은 필수의료지원 추가대책을 공개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일반의료체계로 전환된 만큼 비대면 진료 제도화, 의대정원 증원 추진에도 속도를 내 조만간 의료계와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수도·가스료 체납 등 44종 정보 활용한 위기가구 발굴 ▶중위소득, 장애인연금 인상 등 취약계층 보호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 등 새로운 복지 수요 대응 ▶대규모 재난 대응의료체계 마련 ▶중국발 코로나19 유입 차단 등 신종감염병 대응체계 혁신 ▶바이오헬스 육성·수출 총력 지원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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