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판 노동개혁…대체근로 허용, 정년 연장까지 시동 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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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호프집에서 2030 자문단과 호프미팅을 열고, 청년이 희망하는 미래 노동시장 모습, 현재 노동 현장 인식 등에 대해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 고용노동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호프집에서 2030 자문단과 호프미팅을 열고, 청년이 희망하는 미래 노동시장 모습, 현재 노동 현장 인식 등에 대해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 고용노동부

정부가 올해 8월까지 노동개혁을 위한 법·제도 정비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우선 근로시간 제도 개편과 노조의 불법행위 근절, 노조 회계 투명성 방안부터 손질해 2월 중으로 법 개정안을 마련한다. 이어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는 한편 노사관계와 노동시장 합리화를 위한 개혁 방안도 올 상반기 중에 마련하기로 했다.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파견 업종 확대 방안 등이 포함된다. 특히 올해 말까지 정년을 늘리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내년에는 실질적인 정년연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올해를 노동개혁의 원년으로 삼고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불법 파업에 법과 원칙으로 대응하며 노동개혁을 위한 정지작업을 했다면 올해는 근본적인 제도 개혁에 나선다는 얘기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의 올해 업무계획을 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고용부는 신속하게 추진할 개혁 과제로 노사 법치주의 확립을 꼽았다. 정부는 지난해 말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자율점검 시행에 들어갔다. 이달 말까지 점검을 끝내고 내달 중으로 그 결과를 보고토록 할 예정이다. 위반하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제재를 가한다. 향후에는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할 방침이다.

특히 노조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실 지원실태, 노동단체 지원사업 등을 전수조사한다. 조사 결과를 분석해 문제가 발견되면 보조금을 환수하는 등 3월까지 개편 작업을 진행한다.

노조 가입 강요 행위나 다른 노조원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불법·부당행위를 규율할 수 있는 법 개정안을 2월 중으로 낸다. 건설현장을 비롯한 일부 업종이나 사업장에서 노조의 강압 행위가 일상화하고 있는 데 따른 제어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불공정 채용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공정채용법도 6월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정부가 꼽은 노동시장 5대 불법-부조리. 자료=고용노동부

정부가 꼽은 노동시장 5대 불법-부조리. 자료=고용노동부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도 2월까지 마무리하고 3월 중으로 국회에 관련 법 개정안을 낸다. 주52시간의 틀을 지키되 연장근로시간 정산 기간을 주 단위에서 최대 연 단위로 확대하고, 근로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 일(日)간 11시간 휴식 보장 등의 조치를 담는다.

부분(근로자)대표제도 활성화한다. 현재는 노조가 회사와 단체협상 등을 통해 임금이나 근로시간을 획일적으로 적용한다. 부분 대표제가 정착하면 업종과 직무 등에 따라 특성을 반영한 임금체계와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로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런 노동개혁 방안 이외에 추가로 추진할 노동개혁 과제도 제시했다. ▶파견제 선진화 ▶중대재해법 처벌 요건 명확화와 제재 방식 개선 ▶근로자의 산업안전 책임 강화 ▶정년연장 ▶실업급여 심사 강화 ▶대체근로 허용 검토 등이다. 정년연장을 제외한 나머지 과제는 올해 8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노동계의 반발이 관건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고용부 업무보고에 대해 "노동계를 적으로 만들어 성공한 대통령과 정부는 없다"며 "윤 대통령과 이정식 고용부 장관의 선전포고에 당당하게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변화하는 근로자 욕구. 자료=고용노동부

변화하는 근로자 욕구. 자료=고용노동부

파견제는 현재 경비나 예술, 컴퓨터 관련 전문가, 음식 조리 등 32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 허용 업종을 확대하는 쪽으로 바꾼다. 제조업에도 파견이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 도급과 파견의 개념과 정의를 명확하게 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정부가 이런 방침을 세운 것은 현대자동차나 포스코 등에서 발생한 불법파견 논란이 불필요한 노사갈등을 일으켜 산업현장의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재 상당수 기업이 파견이 허용되지 않자 도급이라는 우회로를 택해 사내하청으로 운영한다. 이를 둘러싼 불법파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도급과 파견 개념을 명확히 하면서 파견 업종을 확대해 양성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사업장 내 위험성 평가를 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법적 조치와 동일한 것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에 의한 감독보다는 사업장 자율 예방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처벌 요건을 명확히 하고, 제재 방식도 개선할 방침이다. 인신 구속과 법인에 대한 처벌 등 양벌 제재의 적정한 배분율을 정하고,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근로자의 안전수칙을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한다.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근로자는 기업이 제재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관리 규정 표준안을 정비해 상반기 중에 시행한다. 이렇게 되면 안전수칙을 상습적으로 무시하거나 위반하는 근로자는 해고와 같은 무거운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정년연장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임금체계 개편을 전제로 해서다. 정부는 상반기 중으로 이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한다. 논의 시한은 올해 하반기까지로 점쳐진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내년에는 정년이 실질적으로 연장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사회적 논의를 하는 것은 사실상 기업에 1년간의 준비 기간을 주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사회적 논의와 별도로 정부는 계속고용장려금 지원 규모를 지난해 3000명 수준에서 올해 8300명으로 2.8배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가 솔선해서 정년연장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대체근로 허용은 경영계가 노사 힘의 균형 차원에서 줄곧 요구해왔던 내용이다. 노조가 파업하면 대체 인력을 투입해 공장을 돌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재는 불법 파업의 경우에만 허용된다. 외국의 경우 대체근로가 대체로 허용된다. 다만 임시직을 투입한 대체근로는 제한한다. 새로 직원을 충원하는 방식으로 대체근로를 할 경우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실직과 취직을 반복하며 실업급여를 수시로 받아가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반복 수급자에 대해서는 실업급여를 감액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허위 또는 형식적인 구직활동을 한 뒤 실업급여를 타는 행위에 대한 제재 방안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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