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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다" 6초 전 "조심해라" 문자 왔다…지진보다 빨랐던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누워 있는데 갑자기 재난문자 뜨더니 집이 흔들렸어요. 집 무너지는 줄 알았네요.”

“서울인데 지진재난문자 삑 울리고 3초 있다가 건물 흔들렸어요.”

9일 오전 인천 강화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이 서울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온라인에는 밤새 지진을 느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하지만, 수도권에 사는 시민들을 지진보다 먼저 깨운 건 기상청이 보낸 긴급재난문자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28분 15초 인천 강화군 서쪽 25㎞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기상청이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의 규모 기준으로 81위에 해당한다. 규모 3.5 이상 지진은 지난해 10월 29일 충북 괴산군에서 규모 4.1 지진이 일어난 뒤 두 달여 만이다.

 9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기상청 직원이 인천 강화군 서쪽 25km 해역의 규모 3.7 지진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9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기상청 직원이 인천 강화군 서쪽 25km 해역의 규모 3.7 지진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이번 지진은 서울에서도 흔들림이 느껴질 정도로 수도권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인천 지역에서는 최대계기진도 4, 경기 지역 3, 서울 지역 2가 기록됐다. 계기진도는 지진 전파에 따라 흔들리는 정도를 등급별로 수치화한 값이다. 계기진도 4는 ‘실내의 많은 사람이 흔들림을 느끼고, 밤이면 사람들이 잠에서 깨기도 하며,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정도’다. 계기진도 3과 2는 각각 ‘실내, 특히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이 현저하게 흔들림을 느끼며 정지한 차가 약간 흔들리는 정도’와 ‘조용한 상태나 건물 위층에 있는 소수의 사람만 느끼는 정도’를 말한다.

“문자에 놀라고, 소파 흔들려 또 놀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에 기상청은 지진 발생 15초 뒤인 1시 28분 30초에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역에 긴급재난문자를 송출했다. SNS 등 온라인에서는 “재난문자 사이렌 소리를 듣고 전쟁이 난 줄 알고 깜짝 놀랐다”는 등 지진보다 재난 문자에 더 놀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문자 알림음에 놀라고, 뒤이어 소파가 흔들려 놀랐다”는 등 문자를 받고 나서 지진을 느꼈다는 경험담을 전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렇게 긴급재난문자가 실제 지진을 느끼는 것보다 빠를 수 있었던 건 지진을 관측하는 P파보다 실제 지진 피해를 일으키는 S파의 속도가 1.7배가량 느리기 때문이다. P파와 S파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전파되는 지진파로 P파는 속도는 빠르지만 진폭이 작고, S파는 속도가 느린 대신 진폭이 크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지 약 4초가 지난 1시 28분 19초에 강화 교동관측소에서 P파를 최초로 관측했다. 그리고는 최초 관측 9초 뒤인 1시 28분 28초에 지진속보를 자동으로 발표했고, 1시 28분 30초에 긴급재난문자를 송출했다. 이에 시민들은 지진이 발생한 지 15초 만에 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서울 관측소를 기준으로 P파가 관측된 건 지진 발생 이후 12.45초가 지난 1시 28분 28초다. 하지만, 실제 진동을 느낄 수 있는 S파는 이보다 8초가 더 지난 1시 28분 36초에 관측됐다. 지진 발생 21초 뒤다. 결국, 서울 시민들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긴급재난문자 알람이 울린 뒤 6초가 지나고 S파가 도달하면서 지진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함인경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 사무관은 “P파와 S파는 도달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진앙에서 멀어질수록 차이가 벌어진다”며 “서울의 경우 문자 받은 이후에 흔들림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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