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 한 몸 바쳐야죠" 생애 첫 태극마크 단 LG 정우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LG 트윈스 사이드암 투수 정우영. 연합뉴스

LG 트윈스 사이드암 투수 정우영. 연합뉴스

"나라에 이 한 몸 바쳐야죠."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단 선수다운 패기다. LG 트윈스 투수 정우영(24)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정우영은 지난 4일 발표된 2023 WBC 최종 엔트리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 때로 후보로 꼽혔으나 가지 못했던 정우영으로선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2019년 프로에 오면서 세운 목표 3가지(신인왕·올스타전·국가대표)도 4년 만에 이뤘다.

정우영은 이정후·김혜성(이상 키움 히어로즈)·강백호(KT 위즈)·원태인(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베이징 키즈'로 불린다. 2008 베이징올림픽, 2009 WBC를 보고 야구선수의 꿈을 키운 세대다. 특히 정우영은 10살이었던 2009년 WBC(준우승)에서 임창용을 보고 사이드암 투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꿈의 무대에 14년 만에 서게 됐다.

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정우영은 "타이틀 홀더(홀드왕) 이번엔 뽑힐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면서도 "예전에는 (대표팀 승선에 대해) 표출도 많이 하고, 몰두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안 되더라도 실망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무덤덤하게 준비했다"고 웃었다.

정우영은 동갑내기 축구 국가대표 정우영(프라이부르크)와 친하다. 두 사람은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동반 출전할 가능성도 있다. 정우영은 "(월드컵에 나선 정우영이)부러웠다. 정우영만 부러웠던 게 아니라 온 국민이 축구를 사랑하시니까 '야구도 이렇게 열광해주셨으면'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내가 뽑히든 안 뽑히든, WBC에서 성적을 내서 국민들이 야구를 좋아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정우영은 최고 시속 157㎞ 강속구를 뿌린다. 지난해 10월 플레이오프를 관전한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대표팀 감독이 위협적인 선수로 이정후, 고우석과 함께 정우영을 꼽기도 했다. 구리야마 감독은 "정우영은 매우 까다로운 투수"라고 평했다.

그동안 야구 대표팀은 국제대회에서 잠수함 투수들이 활약했다. 상대적으로 중남미 국가들에겐 낯선 유형이라서다. 이번 대회 이강철호에 승선한 선수는 고영표(KT)와 정우영 뿐이다. 투구수 제한이 있긴 하지만, 자주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정우영은 "자신이 있다. 서로 낯선 상태로 맞붙는데 나와 같은 중간투수에게 더 유리할 수 있는 대회일 것 같다"며 "모든 경기를 내보내주셔도 된다. 나라에 이 한 몸을 바치겠다"며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역시 가장 관심이 가는 경기는 한·일전이다. 한국과 일본은 함께 B조에 편성돼 1라운드에서부터 격돌한다. 정우영은 "(미국이나 도미니카공화국의)톱클래스 선수들을 만나 승부하고 싶다"며 "하지만 팬들도 가장 기대하는 건 역시 한일전 일 것 같다. 일본을 이겨야 한다. 일본 선수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타자' 오타니 쇼헤이와 승부에 대한 질문에도 미소를 지었다.

LG 트윈스 투수 정우영. 뉴스1

LG 트윈스 투수 정우영. 뉴스1

WBC는 말 그대로 세계 최고의 무대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관심있게 지켜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투심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정우영도 이미 MLB 레이더망에 잡혔다. 빅리그에서 뛰는 현역 타자들과의 승부도 기다린다. 정우영은 "내 공만 보여준다면 평가는 잘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우영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마른 체구였지만 벌크업을 통해 구속을 끌어올렸다. 올해도 더 나은 모습을 위한 변화를 시도한다. 첫번째는 변화구 비율 증가다. 정우영은 "(포수 유)강남이 형은 강한 무기(투심)를 더 많이 쓰자고 했고, 나도 받아들였다. 염경엽 감독님은 '왜 그렇게 어렵게 승부하냐'고 하시더라. 슬라이더를 좀 더 쓸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약점도 보완할 계획이다. 투구폼이 큰 잠수함 투수의 약점인 주자견제 능력 개선이다. 셋포지션에서 좀 더 짧게 힘을 모아 던지려 한다. 정우영은 "겉으로는 크게 티가 안 날 정도다. 투구시간을 줄여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