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력 부재를 선수들 스스로 이겨냈다. 여자배구 흥국생명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4연승을 일궈냈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권순찬 감독이 물러났다. 지난 5일 GS칼텍스전에서는 이영수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았다. 그러나 이 코치는 이날 경기 직후 팀을 떠났다. 구단은 김기중 감독 선임을 발표했지만, 아직 구단에 합류하지 않았다. 결국 이날 경기는 김대경 코치가 대행으로 팀을 이끌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염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김연경이 이날 경기에서 결장했다. 하지만 흥국 선수들은 정신력을 발휘했다.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하면서 4연승을 이어갔다. 선두 현대건설과 격차를 승점 4점 차로 줄였다.
김대경 대행은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뛰었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비시즌 때부터 준비했던 대로 운동했다. 항상 해왔던 연습이 결과로 나왔다. 김연경은 GS칼텍스전부터 몸이 안 좋아서 체력적으로 떨어져 있었다. 웜업하면서 선수 본인, 트레이너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기중 감독의 합류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대경 코치는 "구단으로부터 새 감독님이 오시는 것과 관련해선 듣지 못했다. 해왔던 스케줄대로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고 진행할 예정"이라며 "선수들이 훈련하고, 동요하지 않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코치 역시 불편한 마음일 수 밖에 없다. 김대경 코치는 "코칭스태프도 동요가 있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다들 마음속으로 아픔이 있다. 이를 간직한 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리한 선수들도 불편한 마음이긴 매한가지다. 김다은은 "경기 중간 중간 어려운 순간이 있었는데 잘 이겨내서 좋다"며 "(감독, 코치)선생님들이 안 계시지만 저희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똘똘 뭉치려고 대화도 많이 했다. 나오기 전까지 분위기 띄우려고 서로 이야기 많이 했다"고 했다.
최고참인 김해란은 "경기 끝나고 이틀 밖에 시간이 없어서 마음 추스리기도 바빴다. 연경이도 몸이 안 좋았고, 여러 가지 상황이 있어 고참으로서 선수들 마음 잡는 게 힘들었다. 나까지 흔들리면 후배들이 흔들릴 거 같아서 참고 했던 부분도 있다"고 토로했다. 외국인선수인 옐레나도 "혼란스러웠다. 선수들과 같이 잘 이겨내려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는 건 팬들의 응원 때문이다. 흥국생명 팬들은 본사 앞 트럭시위를 진행하고, 선수들을 응원하는 '행복배구' 클래퍼를 준비하기도 했다. 김다은은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셔서 힘을 더 얻고.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해란은 "팬들이 들고 온 피켓이 감동적이었고, 힘이 나는 거 같다. 팬들 덕분에 버틸 수 있다"며 고마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