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지나자 세계적인 교향악단들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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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거장으로 인정받는 핀란드의 1996년생 지휘자 클라우스 마켈라. 10월 오슬로 필하모닉과 내한해 국내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사진 Marco Borggreve.

젊은 거장으로 인정받는 핀란드의 1996년생 지휘자 클라우스 마켈라. 10월 오슬로 필하모닉과 내한해 국내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사진 Marco Borggreve.

'세계적인 클래식 연주는 한국에서도 동시간대에 열린다.' 올해 해외 명문 악단의 내한 공연이 줄을 잇는다. 코로나 걸림돌이 사라지면서다. 코로나 기간 온라인 공연이 활발히 열렸지만 공연장에서 쏟아지는 음의 샤워, 그 체험을 재현하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동과 집합이 자유로워지면서 매력적인 오케스트라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는다. 관객 입장에서는 최고 수준의 연주를 비행기 티켓과 숙박비 들이지 않고 안방에서 관람할 수 있다. 내한 스케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독일·네덜란드·오스트리아 대표 악단 줄줄이 내한 #정명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장한나 빈 심포니 지휘 #조성진·임윤찬·김선욱·김봄소리 등 협연자로 나서

움츠렸던 대형 오케스트라 공연이 재개된 건 지난해 7월 몬트리올 심포니 내한공연부터다. 엔데믹으로 향하는 올해에는 본격적인 대편성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이 붐을 이룬다. 코로나 이전 클래식 공연계의 모습을 회복할 전망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의 대표적인 지휘자 정명훈. 수석객원지휘자를 맡고 있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3월 공연에서 지휘한다.사진 빈체로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의 대표적인 지휘자 정명훈. 수석객원지휘자를 맡고 있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3월 공연에서 지휘한다.사진 빈체로

한국을 찾는 해외 연주 단체 가운데 전통의 독일/오스트리아 오케스트라가 강세를 보인다. 475년 역사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3월 7~8일 예술의전당에서 수석객원지휘자 정명훈의 지휘로 브람스 교향곡 전 4곡을 이틀에 완주한다. 정통 독일 관현악의 대명사로 정명훈의 70세 생일을 기념하는 공연이기도 하다. 이보다 앞선 3월 5일 조성진이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하고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등을 연주한다. 정명훈은 11월 중에는 뮌헨 필을 지휘한다. 클라라 주미 강과 임윤찬이 협연할 예정이다.

베를린 필은 11월 6년 만에 내한한다. 11일에는 브람스 교향곡 4번, 12일에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와 더불어 조성진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현 음악감독 키릴 페트렌코와 내한은 처음이다. 페트렌코는 2017년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관현악단과 첫 내한해 말러 교향곡 5번을 지휘하며 특유의 몸짓으로 거대한 격정을 그려냈다.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하고 앞뒤로 끊임없이 오가며 리드하는 모습이 설득력 있었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파보 예르비. 10월 베토벤을 들려준다. 사진 빈체로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파보 예르비. 10월 베토벤을 들려준다. 사진 빈체로

1743년 창단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11/15~16, 전당)도 음악감독 안드리스 넬손스 지휘로 내한한다. 현재 브루크너 교향곡 9번 프로그램이 확정된 상태다.

밤베르크 심포니(3/29, 전당)는 남부 독일의 아름다운 도시를 본거지로, 카일베르트, 요훔 등 전통의 독일 거장이 키운 악단이다. 음악감독 야쿠프 흐루샤가 지휘봉을 잡고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슈만 협주곡을 협연한다.

함부르크 심포니(7/9, 롯데콘서트홀)는 음악감독 실뱅 캉브를랭과 내한한다. 최근 장한나가 수석객원지휘자로 임명된 악단이다. 이달 DG에서 브루흐/바버 협주곡 녹음을 발매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협연한다.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9/13, 전당)는 KBS교향악단 음악감독과 재팬필 수석지휘자를 겸하고 있는 피에타리 잉키넨이 지휘봉을 잡는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협연할 예정이다.

독일어권 오스트리아 악단 중에는 언제나 관심의 초점이 되는 세계 정상의 빈 필(11/6~8, 롯데, 전당) 공연이 화제다. 역시 빈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빈 심포니(6/14, 롯데)는 작년 5월 대타로 성공적인 지휘를 마친 장한나와 다시 내한한다. 2021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브루스 리우가 협연한다. 협주곡과 교향곡 모두 베토벤 작품만으로 꾸민다.

독일어권 스위스 악단 중 루체른 심포니(6/27 전당, 7/2 롯데)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루체른 페스티벌을 책임지는 악단이다. 5년 만의 내한공연으로 이틀간 아우구스틴 하델리히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임윤찬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각각 협연한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10/13, 전당)는 음악감독 파보 예르비와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등을 연주한다.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닐센 협주곡을 협연할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임윤찬. 11월 정명훈이 지휘하는 뮌헨 필과 협연한다. 사진 빈체로

피아니스트 임윤찬. 11월 정명훈이 지휘하는 뮌헨 필과 협연한다. 사진 빈체로

독일권 이외의 명문 악단 중에는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11/11, 롯데)가 눈에 띈다. 134년 역사를 자랑하며 영국 그라모폰지 선정 세계 오케스트라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NHK심포니 음악감독 파비오 루이지가 지휘봉을 잡고 2019년 빈 필과 내한에서 거장 풍의 연주를 들려줬던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협연한다.

체코 필하모닉(10/24, 전당)은 1896년 창단한 동유럽의 명문이다. 야성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날카롭고 에지 있는 리더십의 마에스트로 셰묜 비치코프가 지휘를 맡는다. 협연자는 2019 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에 입상한 일본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 섬세한 터치로 ‘일본의 조성진’으로 불린다.

1996년생 핀란드의 젊은 거장 클라우스 마켈라도 오슬로 필하모닉(10/31, 전당)과 내한해 국내팬들에게 첫 인사를 한다. 21세기의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이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협연한다.

런던 필하모닉의 내한공연(10/7, 전당)은 1974년생 영국인 수석지휘자 에드워드 가드너에 관심이 집중된다. 가드너는 오페라와 관현악 양 분야에서 세계 악단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드보르자크나 브람스를 연주할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3월 정명훈이 지휘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차이콥스키를 협연한다. 사진빈체로

피아니스트 조성진. 3월 정명훈이 지휘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차이콥스키를 협연한다. 사진빈체로

룩셈부르크 필하모닉(5/25)은 스페인 지휘자 구스타보 히메노가 지휘봉을 잡고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에네스쿠 콩쿠르와 윤이상 콩쿠르를 제패한 무서운 신인 첼리스트 한재민이 드보르자크 협주곡을 협연한다.

원전연주 단체인 샹젤리제 오케스트라(5/17, 전당)는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 베토벤 교향곡 3번 ‘에로이카’ 등 고전주의 시대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연주를 준비했다.

이밖에 야프 판 즈베던의 서울시향, 피에타리 잉키넨의 KBS교향악단, 다비트 라일란트의 국립심포니 등 외국 지휘자들의 국내 오케스트라 공연도 주목할 만하다. 교향곡/관현악 애호가들의 마음에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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