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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무죄 노리는 듯"…시신 유기장소 번복, 자백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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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공릉천변에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시신을 매장했다고 진술한 부근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공릉천변에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시신을 매장했다고 진술한 부근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후 유기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이기영(31)이 동거녀 시신 유기 장소에 대한 진술을 번복한 것에 대해 ‘무죄를 받으려는 노력’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7일 YTN 뉴스와이드와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상당히 교묘하게 하면서 본인의 이 사안(동거녀 살인)에 있어서는 무죄를 받으려고 하는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 그 노력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기영이 자신을) 건물주, 재력가라고 얘기하고 동거녀와의 관계도 다른 엉뚱한 얘기를 하는 등 어떤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전략적일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이 상황에서 결국 시신을 발견하지 못하게 되면 동거녀를 살해했다고 하는 증거는 자신의 자백밖에 없다. 그런데 법리상 자백만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수는 없다”며 “자백 보강 증거가 함께 있어야 하므로 이른바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결국 수사력이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만약에 시신이 없는 경우 직접증거에 준할 수 있는 다른 정황증거를 종합적으로 수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면 범행에 사용한 도구를 찾아서 피해자의 DNA가 있다든가 이렇게 되지 않으면 (입증이 쉽지 않다)”며 “이기영은 살인에 고의도 없었고 단순한 상해치사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시신 자체가 없기 때문에 상해치사 혐의를 입증하기도 녹록지 않다. 심증은 있지만 시신이 없게 되면 무죄로 양형이 결론 난 판례가 상당 부분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영이 거짓말을 하고 시신 유기 장소를 번복하며 시신을 못 찾게 할 거면 살해 자백은 왜 했을까’라는 질문에 이 교수는 “여러 가지 다른 보강증거가 보이기 때문이거나, 또는 본인이 생각하는 무엇인가 자신감을 범죄라고 하는 왜곡된 형태를 통해서 과시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거 (다른) 연쇄살인의 경우에서도 본인이 굳이 자백하지 않아도 되는데 ‘내가 이만큼 다른 살해도 했다’고 하면서 형사한테 무엇인가 인정받고 싶어 하는 판단을 하는 범죄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이기영도 지금까지 양상을 보면 무엇인가 뽐내려고 하고 ‘내가 이 정도 실력이 된다’, 그것을 금전적인 것으로 과시했는데 (동거녀 살해 자백은) 그런 맥락의 연장선상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기영은 지난해 8월 경기 파주시 집에서 집주인이자 동거하던 전 여자친구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12월에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가 난 60대 택시기사를 합의금을 준다며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송치 전날인 지난 3일 이기영은 동거녀 시신 유기 방법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며 파주시 공릉천변의 구체적인 장소를 매장 위치로 지목한 바 있다.

경찰은 굴착기와 수색견 등을 투입해 3일간 현장을 집중적으로 수색했으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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