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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쫓아다니지 말고, 어항에 떡밥 두고 기다려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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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호 04면

‘불황기’ 전문가의 자산관리 전략

‘흑묘백묘(黑卯白卯)’. 한 금융기관이 제시한 2023년의 투자 키워드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돈줄이 마르는 고난이도의 투자 환경에서 과거의 패턴은 잊고, 유연하게 대응하라고 입을 모은다. 중앙SUNDAY는 지난해 격변의 시장에서 현명한 투자 나침반을 제시해 주목을 받은 금융·부동산 전문가를 통해 ‘긴축의 시대, 2023 자산관리 전략’을 들어봤다. 

인플레의 역습 국면에선 욕심보다 생존이 우선이다. 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은 “집중투자의 칼날보다 분산투자의 지루함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인플레의 역습 국면에선 욕심보다 생존이 우선이다. 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은 “집중투자의 칼날보다 분산투자의 지루함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거시경제 1타 강사’ 오건영 부부장

“금리 인상의 영향은 시차를 두고 올 상반기 실물경제에 큰 충격으로 나타날 수 있다.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있느냐, 점검해야 할 때다.”

오건영 신한은행 WM그룹 부부장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과 싸우는 미국 연준(Fed)은 올해 긴축 속도를 줄이더라도 고금리 환경을 오랫동안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 인하는 금융시장이 붕괴될 정도의 충격이 와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섣부른 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한 셈이다.

오 부부장은 ‘거시경제 1타 강사’로 이름 나 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이하 인플레)에서 살아남기』라는 책을 통해 인플레의 리스크를 경고한 그는 2022년 가장 많은 교보문고 독자가 찜한 ‘경제·경영 작가 톱 3’에 꼽혔다. 그는 “저금리시대의 투자 패턴은 잊고,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좋은 기업을 중심으로 분산 투자를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40년 만에 인플레 괴물을 만났다고 했다.
“40년 만의 인플레라는 건 40년 동안 인플레가 없었다는 의미다. 과거 40년의 투자 패턴을 이어가는 건 경계해야 한다. 인플레 시대엔 부동산, 원자재 등 실물을 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인플레는 자산의 가치가 오르는 게 아니라 생필품 등 실물 경제에서 인플레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과거와 다른 투자를 해야 하나.
“올 상반기 실물경제가 침체되는 충격이 상당할 수 있다. 과거의 패턴으로 ‘지금이 저가다’라는 판단은 위험하다. 1년이 아니라 5년을 가져가도 큰 부담이 되진 않는지, 재무적·심리적 리스크를 체크해 봐야한다.”
올해 주식시장의 흐름은.
“예금 금리가 1%였을 때의 주식과 5%인 시대의 주식은 굉장히 다른 차원이다.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고, 고금리가 상당기간 이어지는 시기에 주식의 매력이 과거처럼 높지는 않을 것이다.”
연준은 언제까지 금리를 인상할까.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가 2%이다. 현재 7% 초입에 있다. 4~5%까지는 긴축 영향으로 조금 빠르게 내려온다 해도, 이후는 임금 상승률이 꺾여야 달성 가능한 수치다. 최종 목표치인 2%까지 이르려면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 연준은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정도로 큰 충격이 와야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다.”
강달러 시대는 끝났을까.
“환율이 올라간다, 떨어진다 이런 흐름을 따라가며 달러를 사면 실패하기 쉽다. 그러나 안전자산인 달러를 장기 보유하는 건 고려할 만하다. 과연 5, 10년 안에 시장이 한번도 안 흔들릴까. 달러를 보험 차원에서 담아가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투자 키워드로 분산투자를 꼽았는데.
“역대급 고난이도의 시장이다. 물고기를 쫓아다닐 게 아니라, 길목에 떡밥을 바른 어항을 두고 기다리는 게 낫다.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의 주식, 장기 채권 그리고 인플레가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면 원자재 등이 주요 분산 투자의 대상이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 경제의 성장이 독보적이지만, 이 성장이 주춤해졌을 때는 달러 흐름의 반대편에 있는 금 가격의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미래를 대비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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