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계 등 고찰…민족문학사 복원 큰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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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원래 연세대 이선영 교수 회갑 논총으로 기획된 이 논문집이 단행본으로 학계와 사회에 보급되고 있다. 수록된 36편의 국문학 논문이 「30년대」라는 문학사의 한 주요한 단계에 집중되어 있다.
먼저 「30년대 시 일반」을 개괄한 논문에서 한계전은 30년대의 특징으로 여겨져 온 모더니즘의 역사적 연속성을 강조했다. 26년에 정지용이 발표한『카페 프란스』가 38년에 김광균이 발표한 『설야』에 비해 오히려 더 모더니즘 풍인점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즉 30년대 모더니즘이 최재서·김기림등 평론가들에 의해 전적으로 창출된 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설쪽은 산문 문학이 식민지 현실을 반영한 작업이라고 볼 때 북간도로라도 뗘날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좋은 형편이었고 삶의 터를 옮길 힘도 없었던 대부분 사람들의 실태를 전제했다(정현기). 73%의 빈농, 61%의 소작 빈농이 현실이었다.
「농민소설의 전개」(조남철)는 이광수·심훈·이무영의 하향식 계몽주의와 아울러 30년의 하리코프 작가대회 강령이 전해진 이래 이기영의 『고향』같은 성과가 있었음을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연관해 고찰했다.
카프계 문학인들에 대한 논문이 11편에 달하는데 이는 88년 8·17 해금조치 후 민족 문학사 복원 작업에 획기적 진전이 있는 현상의 반영이다.
특히 「안함광론」은 주목할 만하다.
원래 임화와 김남천에 못지 않게 60년대에 비평 활동을 했던 안함광은 해주와 평양을 왕래하는 편이었고 월북한 임화가 로단계로 숙청된 것과 관계없이 60년대까지 북한에서 비중 있는 활동을 했으므로 남한 문단에서 보다 기피된 상황이다. 안함광은 카프 해체 후에도 김남천·임화를 능가하는 자세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추구하려 했다는 점에 일제하 비평사의 한 위상을 보여준다.
시·소설을 망라해 30년대 모더니즘 실상 구인회를 거점으로 삼는다는 해명(서준섭)도 종전의 시각에서 진일보한 형태다. 이 점도 모더니즘을 문단의 특별 영역처럼 구별하는 관점의 시정이다.
그러나 문명관의 차질, 소외, 퇴폐교적 말초화에서 30년대 모더니즘의 한계를 보았다. 이 점은 실로 39년에 김기림이 「모더니즘의 역사적 위치」라는 평론에서 실토한바 「말초화」의 한계다.
이에서 어차피 구인회를 강조해 거론했다면 당대 국내 문단에서 이태준·정지용이 성취한 나름의 업적에 대해 좀더 소상히 긍정적 평가가 가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모더니즘의 한계와 함께 리얼리즘의 차질과 한계도 양자간의 논쟁 내용을 통해 지적되었다. 민족 문학사 맥락의 연속 안에서 「30년대 문학」을 모처럼 견결하고 풍부하게 고찰해 낸 이 논문집은 국문학계에 비중 있는 공헌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의 30년대 문학에 자리잡은 이른바「항일혁명문학」장르가 이번 논문집에 수용되지는 못했다. 실상 이 부분은 신중한 검토의 여지를 지니고 있다. 더 시간을 두고 고찰할 대상이다.
한길사 발행·742쪽·1만3천원. 구중서 <문학평론가·수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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