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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리스 전기차는 한국산도 세액 공제…맨친 반발 “새 법안 낼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16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서명한 뒤 법 제정을 주도한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서명한 펜을 건넸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16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서명한 뒤 법 제정을 주도한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서명한 펜을 건넸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리스 등 상업용 전기차는 한국산이어도 북미산과 마찬가지로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재무부와 국세청(IRS)은 29일(현지시간) 북미에서 제조한 전기차에만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이행을 위한 하위 지침을 발표하면서 소비자용이 아닌 상업용에는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와 현대차그룹이 제출한 의견이 일부 받아들여졌지만, 조 맨친 상원의원(민주당)이 이에 반대하는 새 법안 발의를 예고하면서 'IRA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소비자를 위한 IRA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추가 정보를 게재하면서 다음 달 1일부터 “납세자가 직접 사용 또는 리스를 위해 구매한 차량”은 북미에서 제조하지 않더라도 세액 공제 대상이라고 밝혔다. 렌터카 업체나 리스 회사, 법인이 구매해 사용하는 '상업용' 차량의 경우 '소비자용' 차량에 요구하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해야 한다'는 조건이 빠졌다. 이로써 현대차가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전기차를 상업용으로 구입할 경우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리스 기업은 그만큼 리스료를 낮춰 최종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있다.

한국 정부와 현대차는 지난달과 이달 초 재무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 완화를 촉구하면서 조건 없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 확대를 요청했다. 재무부가 상업용 전기차를 폭넓게 해석해 렌터카, 리스 차량, 우버ㆍ리프트 등 차량공유서비스에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 차량을 포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상업용 전기차 세제 혜택을 사용할 수 있게 승인해 달라고 요청한 한국과 기업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장기 리스(경제적 사용 기간의 80~90% 이상) 또는 리스 계약 종료 후 할인된 가격 구매가 옵션인 경우는 사실상 판매로 간주해 혜택에서 제외했다. 우버 등 차량공유서비스에 사용할 목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도 혜택을 달라는 요구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도 있다. 재무부는 일반 소비자용 전기차가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북미를 미국·캐나다·멕시코라고 나열했다. 한국 정부가 요구한, 현대차가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을 완공할 때까지 '북미 조립 조건' 3년간 유예 방안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와 현대차의 상업용 전기차를 활용한 우회 전략을 ‘꼼수’라며 반대한 조 맨친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재무부가 오늘 발표한 상업용 및 소비자용 전기차 세액 공제 시행 정보는 허점(loophole)을 찾는 기업의 욕구에 굽히는 것이며, 법 의도와 명백히 일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맨친 의원은 “IRA의 의도는 분명하다. 국가안보를 보호하고, 해외 적성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바로 이곳 미국에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에너지와 제조업 공급망을 가져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맨친은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제대로 된 방침을 만들 때까지 소비자용 및 상업용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를 모두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의회 회기가 새로 시작하면 “법의 본래 의도를 더욱 명확히 하고 재무부의 위험한 해석이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 ‘야당’으로 캐스팅 보트를 쥔 맨친과 IRA에 반대한 공화당 표가 합쳐지면 IRA 전기차 차별 문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맨친 의원은 북미 지역 밖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세제 혜택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포함하는 등 IRA 제정을 주도했다. IRA는 지난 8월 상원에서 민주당 전원 찬성, 공화당 전원 반대로 51대 50으로 가결됐다.

한편, 2023년부터 미국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는 새롭게 7500달러 세액 공제 혜택을 받게 됐다. 두 회사는 2018년 누적 전기차 판매 대수 20만 대를 달성해 그간 세제 혜택에서 제외됐다. IRA가 ‘20만대 상한선’ 제한을 없애면서 약 4년여 만에 테슬라와 GM 전기차를 사는 소비자들이 세액 공제 혜택을 누리게 돼 판매에 날개를 달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부는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 관련 배터리와 핵심 광물 요건 적용을 위한 세부 규정 발표는 내년 3월로 연기했다. IRA는 전기차 배터리는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을 50%(2029년 100%로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 사용해야 3750달러를,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40%(2027년 80% 이상으로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채굴ㆍ가공해야 나머지 3750달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건을 운용하는 세부 방침이 나오는 3월까지는 기존처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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