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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사망' 이대병원 의료진 전원 무죄…"인과관계 증명 부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7년 12월 16일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으로 기소된 의료진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5년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뉴스1

2017년 12월 16일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으로 기소된 의료진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5년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뉴스1

2017년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 관계자들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대목동병원 소아과 조모 교수와 전공의, 간호사 등 7명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지난 15일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1시간 반 만에 신생아 넷 사망…1~3심 모두 무죄

2017년 12월 19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을 압수수색하는 장면. 연합뉴스

2017년 12월 19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을 압수수색하는 장면. 연합뉴스

사건은 2017년 12월 16일 오후 9시 30분~11시,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사망한 일이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 및 그로 인한 패혈증으로 확인됐고, 신생아중환자실 내에서 관행적으로 해오던 ‘주사기로 약 나눠쓰기(분주)’ 작업 및 상온에 오래 약을 방치한 ‘지연투여’가 감염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의료행위 중 과실은 인정되지만, 결과인 신생아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2심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

‘과실’과 ‘오염’ 사이 인과관계 입증 부족

법원 판단의 핵심은 ‘각 단계의 과실은 인정되나, 단계 사이의 연결고리가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영양을 공급하는 주사제인 ‘스모프리피드’ 투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오염, 상온에 오래 방치되며 발생한 세균 증식, 영양제를 투여받은 신생아들의 몸속에서 발견된 세균과 그로 인한 고열 및 임상 증상 등 대부분 단계에서 오염·감염을 입증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주사제 준비 작업과정에서의 과실 및 처방 과실도 인정됐다.

하지만 검찰이 확보한 증거는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돼야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형사소송법 원칙을 충족하지 못했다. 증거가 사건 발생 이후 쓰레기통에서 오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모프리피드 주사제. 음식을 먹지 못하는 중환자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영양수액이다. 사진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

스모프리피드 주사제. 음식을 먹지 못하는 중환자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영양수액이다. 사진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

스모프리피드 투여 전에도 증상이 이미 악화하던 아기들이 있었던 점, 같은 주사를 맞고도 균에 감염되지 않은 아기도 있는 점 등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반드시 사망원인이 아닐 수도 있는 증거들도 있었다. 전문가들도 “개연성을 얘기할수는 있으나 인과성을 증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

“소아과 기피 단초” vs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판단”

사건 발생 5년 만에 내려진 무죄 선고에 의료계는 반색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 의사회장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다루는 업무에는 늘 위험이 따르는데 의사들이 ‘감옥 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소아과 지원을 기피하게 한 단초가 된 사건”이라며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난 건 다행스럽지만, 보건복지부와 병원의 조사, 민사재판 등으로도 대응할 수 있었던 사건이라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반면 의사 출신 변호사인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는 “민사 손해배상 사건이었다면 과실이 인정돼서 배상판결이 났겠지만, 형사재판은 입증 책임이 커서 무죄가 나온 것 뿐”이라며 “이런 희소한 사례에서는 역학적 인과관계가 정답이 아닌데 법원의 잣대가 엄격했던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도 과실이 있으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판단”이라며 “앞으로 의료 사건에서 수사기관의 입증책임에 대해 더 경각심을 가지게 된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대목동병원과 조 모 교수 측은 아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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