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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받는 민간단체, 워크숍 예산으로 건강식품 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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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세월호 피해자를 지원하는 4·16재단은 사업계획에 포함된 피해자 활동평가 워크숍을 개최하지 않고 그 예산으로 건강보조식품을 샀다. 또 사전 품의 없이 업무추진비를 주말·심야에 사용했다. 이에 정부는 총 1400만원을 환수했다.(목적 외 사용·부정수급)

# 운암 김성숙 선생 기념사업회는 현충원 탐방 및 역사해설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며 2500만원의 국비를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와 무관한 친일파 파묘 퍼포먼스를 실시했다.(목적 외 사용)

28일 대통령실이 발표한 ‘비영리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문제 사업 주요 사례’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회계 조작으로 부정수급을 받거나 사업 목적과 무관한 정치활동을 하는 데 보조금을 쓴 시민단체도 적발됐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 이날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공개한 ‘연도별 비영리 민간단체 지급 보조금 총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 7년(2016~2022년)간 각종 시민단체와 협회·재단·연맹·복지시설 등에 지급한 정부 보조금은 총 31조4665억원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인 2016년 3조5571억원이었던 보조금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가파르게 증가했다. 취임 첫해인 2017년 3조7325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4조367억원, 2019년 4조5067억원, 2020년 4조8543억원, 2021년 5조3347억원으로 늘더니 2022년에는 5조4446억원에 달했다. 이 수석은 “정부 보조금이 지난 정부에서 매년 평균 4000억원씩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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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단체 수도 2016년 2만2881개에서 7년간 4334개가 증가해 올해 2만7215개로 늘었다. 이 수석은 “윤석열 정부는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그 배경에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 보조금·기부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사례가 있었다”며 “먼저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해 그 토대 위에서 향후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말했다.

2016년 이후 전체 사업 대비 적발 건수(153건·환수금액 34억원)가 미미한 데다, 부처가 적발하지 못한 문제가 언론이나 국정감사에서 드러남에 따라 우선 전수조사를 한 뒤 전면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대통령실 자료에 따르면 남북 교류를 내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210만원 환수)와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180만원 환수)는 각각 식비 이중지급, 출장 여비 부적절 지급 등 회계부정이 적발됐다. 대표가 공산주의를 추구하고 ‘반미친러’를 공개적으로 표방하는 사단법인 ‘노동희망’은 여성가족부 가족소통 사업에 참여해 보조금을 수령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보조금 집행 현황에 대한 전면적인 자체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지원 단체 선정 과정 및 시민단체의 투명한 회계 처리, 목적에 맞는 보조금 사용 등이 중점 감사 항목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내일(29일) 국무조정실에서 전(全) 부처 감사관을 모두 소집해 각 부처가 지금까지 지원한 민간단체 보조금 실태조사를 지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리총리실 고위 관계자도 “감사관들에게 ‘부처별로 불법이 의심되는 보조금은 다 잡아내라. 봐주기 감사를 했다간 부처가 감사 대상이 될 것’이란 강력한 발본색원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며 “시민단체에 보조금을 주는 식으로 ‘내 편 챙기기’를 한 공무원이 있었는지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법 관리규정 보완과 온라인 관리 시스템 개편도 진행한다. 정부 관계자는 “보조금 사업 중 60% 가까이 차지하는 지자체 보조금 사업도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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