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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 전성시대…‘범죄도시2’ 유일한 천만영화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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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대중문화 결산 ③ 영화

마동석 주연·제작 액션영화 ‘범죄도시2’는 올해 유일한 천만영화다. [사진 플러스엠]

마동석 주연·제작 액션영화 ‘범죄도시2’는 올해 유일한 천만영화다. [사진 플러스엠]

올 상반기 코로나19로 몸살을 앓았던 극장가는 ‘범죄도시2’ ‘탑건:매버릭(이하 탑건2)’ 등 속편 영화들의 강세 속에 팬데믹 후 처음으로 한해 총 관객수 1억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거리두기 완화와 맞물린 ‘범죄도시2’의 1200만 관객 흥행에 시장 회복을 너무 빨리 낙관한 탓일까. 한국 대작 4편이 몰린 여름 시장에선 ‘외계+인 1부’(감독 최동훈),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등 스타 감독의 기대작들이 흥행 참패하며 예상치 못한 보릿고개를 가져오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의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 [사진 CJ ENM]

박찬욱 감독의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 [사진 CJ ENM]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올해 영화관 관객수는 1억1048만명. 2020년 5952만명, 지난해 6053만명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팬데믹 전인 2019년(2억2667만명)까지 7년간 2억명대를 유지했던 연간 관객수를 절반 수준으로 회복했다. 연간 총 극장 매출도 팬데믹 후 처음 1조원대를 회복했다. 개봉 14일 만인 27일 600만 관객을 돌파한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 마블 수퍼 히어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터 스트레인지2)’ 등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이 돌비·아이맥스·4D·스크린X 등 특수관 관람 열풍을 일으킨 것도 한몫 했다. 한해 총 극장 매출에서 특수관 매출 비중이 2019년 4.6%에서 올해는 9.7%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정재 감독 데뷔작 ‘헌트’. [사진 CJ ENM]

이정재 감독 데뷔작 ‘헌트’. [사진 CJ ENM]

올해 극장가를 관통한 흥행 코드로 ‘아는 재미’가 꼽힌다. 흥행 10위권 영화 중 ‘범죄도시2’ ‘탑건2’ ‘한산: 용의 출현(‘명량’ 속편)’ ‘공조2: 인터내셔날’ ‘아바타2’ ‘닥터 스트레인지2’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마녀 파트2’ 등 8편이 속편 영화였다.

속편이 아닌 ‘헌트’(7위)와 ‘올빼미’(8위)도 실제 역사에 상상을 보탠 ‘팩션’의 익숙한 재미가 관객 동원의 뒷받침이 됐다.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1980년대 군부독재 시기 사건들을 대규모 액션과 엮어내며 호평을 받았다. 여름 시장 한국 대작 4편 중 가장 늦게 개봉해 435만 관객을 모으며 손익 분기점을 넘겼다.

‘아바타: 물의 길’은 올해 600만 관객을 넘은 두번째 외화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아바타: 물의 길’은 올해 600만 관객을 넘은 두번째 외화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신인 안태진 감독의 데뷔작 ‘올빼미’는 조선시대 소현세자의 죽음에 얽힌 미스테리를 소재로 주맹증(어두울 때만 눈이 보이는 증상) 침술사(류준열)란 독특한 설정의 캐릭터를 내세워 313만 관객을 모았다.

반면, ‘도둑들’ ‘암살’의 쌍천만 흥행 감독 최동훈의 SF ‘외계+인’는 고려시대 도사와 미래 외계인을 오가는 낯선 세계관을 뚜렷한 결말이 없는 1부만 선보인 점이 패착으로 꼽히며, 손익분기점(730만)에 한참 모자란 150만 관객에 그쳤다. 천만 배우 송강호·이병헌의 한국 최초 항공 재난영화 ‘비상선언’은 나쁜 입소문을 낸 세력이 있다는 ‘역바이럴’ 논란 속에 손익분기점(500만)의 절반 가량인 200만 관객에 머물렀다.

박찬욱(左), 송강호(右)

박찬욱(左), 송강호(右)

여름 시장의 흥행 부진 탓일까. 곧 이은 극장가 대목인 9월 추석 연휴 기간엔 텐트폴 영화들이 몸을 사리면서 대작 영화로는 ‘공조2’가 유일하게 개봉해 698만 관객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중저예산 코미디 영화 ‘육사오(6/45)’가 북한으로 날아간 1등 당첨 로또 복권 때문에 남북한 병사들이 뒤엉킨다는 독특한 설정의 코미디로 198만 관객의 깜짝 흥행을 일으키기도 했다.

올여름 시장은 ‘외계+인’ ‘한산’ ‘비상선언’ ‘헌트’가 1주일 간격으로 줄줄이 개봉하며 배급 전략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팬데믹 전처럼 대작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며 관객들을 쌍끌이할 만큼 시장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혈 경쟁만 심화시킨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극장 관람료 인상도 관객수 회복이 기대보다 더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0월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티켓지수로 알아본 영화관람가격 적정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까지 8000원대였던 평균 영화 관람료는 팬데믹 이후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가 세 차례나 가격을 인상하면서 올 상반기 사상 처음 평균 1만원을 넘어섰다. 보고서는 “주말 일반관 관람료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한달 이용요금과 맞먹기 때문에 관객 이탈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편, K콘텐트의 세계적 열풍 속에 한국영화는 올해도 해외 주요 영화제·시상식에서 수상 소식을 잇달아 전했다. 올해 초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이 영화 ‘소설가의 영화’로 2등상인 은곰상-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이어 칸 국제영화제에선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브로커’로 한국 최초 남자배우상을 수상했다. ‘헤어질 결심’은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릴 골든글로브 비영어 작품상,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예비 후보에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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