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리얼돌과 성행위 하든말든 처벌 못한다…'체험방' 논란 재점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관세청이 지난 26일부로 리얼돌(사람 모양의 자위 기구) 수입을 허용하면서 ‘리얼돌 체험방’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리얼돌 수입이 쉬워지면서 한때 사라진 듯 했던 리얼돌 체험방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 때문이다. 여성단체인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지난 26일 "성범죄를 사소화하며 여성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통관을 전면 재검토하고 리얼돌 제조와 유통산업 전반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며 리얼돌 관련 정부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한 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에서 직원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서울에 위치한 한 리얼돌 수입업체 물류창고에서 직원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리얼돌 체험방은 이미 여성가족부 고시에 따라 청소년 유해업소이자 풍속업소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리얼돌 체험방 영업 자체를 규제할 근거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돈을 받고 손님에게 성행위나 유사성행위를 제공하는 경우 성매매처벌법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리얼돌 체험방의 경우 ‘도구’인 리얼돌과 방을 빌려주는 것에 불과한 만큼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다. 업주가 리얼돌 체험방에서 손님에게 음란물 등을 튼 경우에만 풍속영업규제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당국은 그간 우회적인 방법으로 리얼돌 체험방을 단속해왔다. 경찰이 지난해 6~7월 여성가족부·지자체와의 합동 단속에서 건축법 위반 등을 문제 삼은 게 대표적 사례다. 리얼돌 체험방을 ‘위락시설’로 간주하고 위락시설로 용도를 변경하지 않았거나, 피난계단 설치(5층 이상의 경우) 등 시설 요건을 위반한 경우 등을 제재했다. 하지만 건축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위락시설의 정의에 리얼돌 체험방과 같은 영업 형태가 명시돼 있지 않은 등 한계도 뚜렷했다.

지난해 6월 경기 의정부시의 한 리얼돌 체험방이 간판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경기 의정부시의 한 리얼돌 체험방이 간판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업 허용'에 초점이 쏠려있지만, 국내 생산 리얼돌에는 더 큰 구멍이 뚫려있다. 미성년 또는 특정 인물 형상의 리얼돌은 애초 수입이 금지돼있지만, 국내에서 제작·판매하거나 영업에 쓸 경우엔 제재할 수단이 없다. 이를 악용해 일부 성인용품 판매업소는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광고를 하고 있지만, 경찰 관계자는 “단속할 법령이 없고, 관련 법 개정도 없어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동신체형상의 리얼돌을 제작·수입·판매·소지하는 행위를 직접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희승 변호사는 4월 미국헌법연구 저널에 게재된 ‘리얼돌 규제에 관한 헌법적 검토’ 논문에서 “성인 리얼돌은 원칙적으로는 수입·제작·판매·이용 등을 허용하되, 불법성이 짙은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 규제·처벌하는 방법으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