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8000만원인 직장인 A씨는 지난 6월 서울의 한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30년 만기에 원리금 균등상환 조건으로 5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당시 대출 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1.98%)에 가산금리(3.02%)를 더한 연 5.0%였다. A씨는 매달 268만원을 원리금 상환액으로 납부했다.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의미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당시 금융당국의 규제 기준인 40%를 가까스로 맞춘 수준이었다.
하지만 6개월 변동 주기가 적용된 현재 원리금 상환액은 월 349만원으로 81만원이 늘었다. 지난 15일 기준 신규 코픽스가 기존의 1.84%에서 4.34%로 2.5%포인트 상승하면서 A씨의 주담대 금리도 7.5%로 덩달아 뛴 탓이다. DSR은 52%로 소득의 절반 이상을 부채 탕감에 쓰게 됐다.
A씨처럼 대출 당시엔 DSR 40% 규제를 적용받았더라도, 고금리에 ‘하우스 푸어’로 내몰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주택담보대출 보유 차주의 평균 DSR은 60.6%다. 2019년 1분기(60.2%) 이후 3년 6개월 만에 60% 선을 넘었다. 2020년 1분기 55.2%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 3분기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주담대에 신용대출까지 끌어 썼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한은이 주담대와 신용대출 동시 보유 차주의 DSR을 분석한 결과 지난 10월 말 기준 7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6월 말 64.6%에서 매월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DSR이 70%를 초과하는 경우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제외했을 때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대출자로 분류한다.
DSR 규제는 지난 7월부터 전체 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기지 못하도록 강화됐다. 대출 규모에 변동이 없더라도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부담이 늘어 DSR도 동반 상승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취약차주 비중이 확대되면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비취약차주의 소득 또는 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충격이 발생할 경우 가계 취약차주 비중이 상당폭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상승 폭과 실물경기 상황이 최근과 비교적 유사했던 2016년 2∼4분기, 2017년 2∼4분기에 비취약차주 중 약 1.8%가 취약차주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취약차주란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차주를 말한다. 올해 3분기 6.32%로 6%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면 8%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