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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미국 경제 연착륙의 조건 “중국 성장 둔화로 유가 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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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내년 미국 경제가 추락할지, 아니면 연착륙할지는 중국 경제의 향방에 달렸다는 진단이 나왔다. 중국 경제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물가 상승세가 꺾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때 이른 ‘피벗’(Fivot·정책 선회)을 선택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제기됐다.

25일 블룸버그 산하 연구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 소속 애나 웡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미국에 경기 침체가 오는 시기는 3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2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9% 감소하고 실업률은 4.5%까지 상승할 것으로 봤다. 미국 실업률은 지난달 3.7%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 같은 경기 침체 시나리오는 Fed가 기준금리 상단을 현재 연 4.5% 수준에서 내년 1분기에 5%로 끌어올린 뒤 연말까지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나왔다. 구체적으로 내년 2월과 3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각각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금리 인상을 멈추는 방식이다.

Fed가 연 5%의 고금리를 계속 유지할 경우 물가 상승세가 꺾인다 하더라도 실업률이 높아지고 수요가 둔화되는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Fed가 당장 내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현재 크지 않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비로 5.5%, 전월비로 0.1% 상승하면서 10월(6.1%)보다 둔화했다. 대신 서비스 물가는 전월 대비 0.4% 오르는 등 여전히 상승 압력이 남아 있는 모습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서비스 물가 오름세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통화 긴축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웡 수석은 Fed가 2024년 1분기가 돼야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웡 수석은 “여러 조건이 갖춰지면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하며 ‘중국 경제’를 주요 변수로 꼽았다.

최근 중국 당국은 사실상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나 백신 부스터샷 접종 등 사전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고, 의료 시스템의 마비 우려까지 나온다. 만일 중국이 위드 코로나에 따른 진통을 극복하는 과정이 늦어진다면 내년 경제 성장도 따라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국의 물가를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시켜 Fed가 때 이른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경제가 둔화해야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기회도 생겨난다는 의미다.

주요 경제 기관은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대체적으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WB)은 내년 중국 경제 성장률을 4.5%에서 4.3%로 하향 조정했고,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 등 일부 기관들은 4%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중국의 방역 완화는 앞으로 몇 개월간 어려움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대로 중국이 경기 반등에 성공한다면 오히려 미국 등 다른 국가에 강한 물가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 창 수 블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내년 1분기까지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중국 경제 성장률이 6.3%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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