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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하면 죽은 듯 지내야죠"…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교사들

중앙일보

입력

“정교사 갑질에 기간제는 죽은 듯이 지내야죠.”
교육현장에서 "교장·교감이 부당한 업무 지시를 내리고, 정교수가 기간제 교직원을 괴롭힌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교직원들은 ‘갑질’을 주장하지만,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뛴다. 교육 당국은 갑질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거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폭언 등 교내 갑질 행위. 연합뉴스

폭언 등 교내 갑질 행위. 연합뉴스

25일 광주광역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모 고등학교에서 A교사가 올해 초부터 기간제·계약직 교직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를 호소하는 교직원은 4명이다. 이들은 스트레스로 불면증과 장염에 시달린다고 한다. 일부 교사는 탈모 현상까지 있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 7월 장학사를 지원한 A교사는 교직원들에게 찾아가 "다면 평가를 하게 되면 나를 잘 봐달라"며 청탁했다고 한다. 청탁을 받은 한 기간제 교사는 “평가 대상자는 비공개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의문"이라며 "평소 느낀 대로 낮은 점수를 매겨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간제 교사는 “낮은 점수로 평가한 사실을 알았는지 또다시 찾아와 ‘제대로 평가한 거 맞아?’라며 한참을 노려봤다”고 덧붙였다.

교직원들은 점심시간에 2인 1조로 학생급식지도를 한다. 이 과정에서도 A교사는 기간제 교사들과 같은 조가 되면 학생지도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행정실 직원도 피해를 호소했다. A교사는 노트북 교체 대상자가 아님에도 행정실에 찾아와 담당 직원에게 “왜 내 노트북만 교체 안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최근 교사 신고를 받고 사실 여부를 파악 중이다. 갑질 행위로 판단되면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광주시교육청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시교육청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접수된 교내 갑질 등 신고 건수는 103건이다. 이 중 5건은 감사를 끝냈고, 1건은 진행 중이다. 감사를 마친  5건 중 3건은 갑질 행위로 판단돼 징계 등 처분을 내렸다. 나머지는 대부분 학생이 ‘교사에게 갑질을 당했다’며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에도 신고 잇따라…올해 6건 ‘갑질 인정’
전남도교육청에도 올해 교내 갑질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다. 교육당국은 감사결과 현재까지 6건을 갑질로 판단했다. 이 밖에도 광양과 장흥·나주 등 학교에서 폭언·협박 등 신고가 잇따라 접수돼 교육지원청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광양 모 초교에서는 지난 3월부터 교장이 학생들 앞에서 교사들에게 폭언과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인사조치 하겠다"는 등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흥의 한 중학교에서는 교사가 후배 교사 앞에서 교육 관련 서류를 찢고, 부당한 요구 등을 지속해 교육당국이 조사 중이다. 나주의 한 중학교에서도 교감 폭언으로 교사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여수 모 초교에서는 폭언을 일삼은 교사가 해임 조처되기도 했다.

전남도교육청 전경. 사진 전남도교육청

전남도교육청 전경. 사진 전남도교육청

도교육청은 갑질 민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세대별로 갑질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갑질 개념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권위주의 문화까지 남아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갑질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도교육청은 내년 상반기 중 교직원단체를 포함해 직종별 교직원이 참여하는 TF팀을 운영하며 관련 매뉴얼을 제작해 전 기관에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도교육청 감사관은 “갑질 근절을 위해서는 감시·문책을 넘어 교육 구성원 스스로가 일상에서 ‘甲(갑)인지 감수성’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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