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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비자신뢰 8개월만 최고치…그러나 '침체 신호'는 여전

중앙일보

입력

최근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소비 심리가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회복했다. 미국 내 주요 기업들도 ‘어닝 서프라이즈’(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 호조)를 보이면서 증시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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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CB)에 따르면 미국의 1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8.3으로, 전월(101.4) 대비 6.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4월(108.6)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 전망치(101.0)도 크게 상회했다.

소비자신뢰지수는 100을 넘으면 소비자가 현재 경기를 낙관적으로 인식해 향후 소비를 늘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소비자신뢰지수는 10월과 11월 2개월 연속으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이달 들어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반등했다. 현재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여건 지수는 전월 대비 8.9포인트 오른 147.2, 6개월 뒤를 전망하는 기대 지수는 5.7포인트 오른 82.4를 기록했다. 모두 미국 소비자가 현재 그리고 향후 경제 상황을 이전보다 낙관적으로 전망한다는 의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소비자신뢰가 크게 늘어난 것은 최근 눈에 띄게 나타나는 인플레이션 둔화세의 영향이 크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7.1% 오르면서 지난해 12월(7.0%)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의 전망치(7.3%)보다 크게 낮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 유가 하락에 힘입어 에너지 물가가 전월 대비 1.6% 줄어드는 등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인플레이션은 개선된 것으로 해석된다.

린 프란코 CB 경제지표 수석 이사는 “경제와 일자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도가 높아지면서 시황과 기대지수가 개선됐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후퇴했고, 최근 휘발유 가격 하락이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페덱스 [로이터=연합]

페덱스 [로이터=연합]

이날 발표된 주요 기업 실적도 예상 밖의 호조를 나타냈다. 전 세계 기업·소비자 간 상품 거래의 24%를 차지해 '글로벌 경기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페덱스는 3.18달러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시장 전망치(2.80달러)를 상회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전망치(0.64달러)를 뛰어넘는 0.85달러 기록했다. 뉴욕 증시는 이날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1.60% 오른 3만 3376.48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1.49%, 1.54% 뛰었다.

하지만 같은날 미국의 경기 침체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도 공개됐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11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전월 대비 7.7% 감소한 409만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1999년 통계 집계 이래 최장기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의 집값도 지난 6월 최고점(41만3800 달러)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 37만700 달러를 기록하면서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 도사리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로런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팬데믹 기간과 비슷하게 얼어붙었다”면서 “급격한 모기지론 금리 상승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Fed가 내년에도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통화 긴축을 이어가면 경기 침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짐 카슨 모건스탠리 수석 채권전략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Fed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일정 기간 기준금리 상단을 (현재 4.50%에서) 5.25%로 올리고 유지할 것”이라며 시장이 Fed의 긴축 의지를 저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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