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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마스크 전면 해제는 아직 성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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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센터장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센터장

코로나19 사태가 이제 4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2020년 이후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했고 올해는 오미크론이 대유행했다. 그 와중에 한국인의 70% 이상이 한 번 이상 감염돼 자연면역을 갖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으로 대부분 국가는 자연면역이 증가하면서 실내 마스크 자율화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백신 접종률과 자연면역 비율이 높지만 실내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마스크 지침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면서 방역 당국이 다가오는 설 연휴를 전후해 ‘의무 착용’을 ‘착용 권고’로 전환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마스크 해제 조치를 시행하는 시점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지금은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겨울의 절정기이고 지난 3년간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연령층에서 독감 환자와 코로나19 환자가 동시에 증가하는 ‘트윈데믹’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내 마스크 벗는 시점 놓고 논란
대중교통·요양시설·병원은 빼고
집단면역 상황 보며 단계 해제를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감염병에는 마스크와 거리두기가 예방과 중증도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역 수단이다. 한국·일본·대만 등은 마스크 착용 효과로 오미크론 유행 전까지는 확진자와 사망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한국은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정책의 결과로 자연면역 비율이 낮은 상태에서 전파력이 강하고 기존 면역 회피 능력이 높은 오미크론 대유행을 맞았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률이 높았지만 확진자가 급증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오미크론에 감염됐다.

장기간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해온 중국은 최근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 조치에 반발한 국민의 동시다발 ‘백지 시위’에 밀려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 하지만 타이밍이 문제다. 오미크론 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데다 대규모 인구 이동이 벌어지는 춘제(중국의 설)를 앞둔 시점이라 갑작스러운 방역완화 조치로 감염자가 급증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앞으로 3개월간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중국인의 50% 이상이 감염될 것으로 예상한다. 오미크론의 중증도는 델타 변이보다 70% 정도 낮지만, 고령층에서는 유사한 중증화를 보이므로 현재의 의료 상황에서는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단기간에 감염자가 급증할 경우 새로운 변이의 출현 가능성이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한국으로 유입되면 새로운 대유행을 촉발할 수도 있다.

반면 초기에 마스크 착용이나 백신 접종이 미비했던 나라들은 단계적인 감염으로 집단면역에 준하는 자연면역을 획득하게 됐다. 고위험군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서 중증과 사망자 비율이 현저히 줄었고 마스크 의무화 조치는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고려하면 코로나19의 토착화는 감염을 무조건 피하는 것이 아니라 독감처럼 한 번 이상 감염으로 자연면역을 획득하면서 극복 가능함을 추정할 수 있다. 백신은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해주면서 감염에 의한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전까지 중증도를 감소해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임을 알 수 있다.

한국도 고위험군을 보호하고 급격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대중교통·요양시설은 물론 병원의 고위험 시설은 코로나19가 독감처럼 토착화하는 시점까지 의무로 남겨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저위험군부터 고위험군으로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역전략이다.

고위험군은 면역 반응이 떨어져 조기에 치료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항바이러스제를 증상 발현 5일 이내에 투여하면 백신 미접종자는 89%, 백신접종자는 60% 이상의 중증화 예방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항바이러스제 처방률이 답보상태여서 고위험군 상당수가 마스크 의무화 해제를 앞두고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코로나19의 완전한 토착화를 실현해 실내 마스크를 자율화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필요하면 항바이러스제를 투약받을 수 있도록 처방을 단순화해야 한다. 의료진의 참여를 높이도록 정부 정책도 보완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실내 마스크 자율화를 마지막으로 2023년에는 코로나19 시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