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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조 규모 철근 입찰 담합…7개 제강사 법인, 직원 무더기 기소

중앙일보

입력

검찰이 조달청 철근 입찰 과정에서 6조8000억원대 규모 담합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국내 7개 제강사 법인과 임직원 22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철근 가격을 부풀린 허위 자료를 조달청에 제출한 뒤, 업체 간 사전 협의를 통해 매년 일정한 비율의 물량을 낙찰받는 방식을 썼다. 검찰은 이들의 담합 행위로 약 6700억원의 국고가 손실된 것으로 추산했다.

22명 기소…“철근價 담합·부풀리기”

지난 10월 1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국제강 본사 로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이날 조달청의 철근 계약 입찰에서 7년간 담합한 혐의를 받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7대 제강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했다. 뉴스1.

지난 10월 1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국제강 본사 로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이날 조달청의 철근 계약 입찰에서 7년간 담합한 혐의를 받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7대 제강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했다. 뉴스1.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21일 현대제철·동국제강·환영철강공업·대한제강·한국철강·와이케이스틸·한국제강 등 7개 법인과 이 회사 임직원 22명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과 입찰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중 담합을 주도한 현대제철 전 사업부장 김모씨와 동국제강 전무 최모씨, 환영철강공업 차장 송모씨 등 3명은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7개 제강사를 고발하고 25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시작됐다. 검찰에 따르면 7개 제강사는 2012년 8월~2018년 3월까지 조달청이 공공기관에서 사용할 용도로 매입하는 철근 단가계약 입찰에서, 민간에서 거래되는 철근 실거래 가격 자료를 허위로 보고했다. 시장 가격을 부풀려 공급할 철근 가격을 높이려는 의도에서였다.

업무 수첩엔, 대전 중식당서 “사전 협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후 제강사 관계자들은 업체별 물량 및 가격을 사전 협의해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강사 직원들의 업무 수첩과 사내 업무 보고 서류에 담합을 위해 직원들이 회의한 정황이 담겼다. 지난 2016년 한 제강사에선 “관급 입찰 관련 가격자료 제출, 제강사들 간 입장, 입찰 전 추가 협의 예정이며 물량 및 계약비율 확정 시 추후 보고”라고 적힌 업무보고 서류가 발견됐다.

또 2018년 또 다른 제강 회사 직원은 가격자료 제출일에 “금일 12시에 물량 결정 가능?”이라고 업무 노트에 쓰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정황을 바탕으로 제강사 직원들이 당일 대전역 인근 중식당에서 회의를 열어 낙찰 물량을 배분했다고 봤다.

투찰률 99.8%…검찰, “답합없이 불가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7개 제강사의 투찰률(조달청 산정 예정가격 대비 실제 낙찰받은 금액 비율)은 99.8%이었는데, 검찰은 제강사 간 사전 논의 없이는 이 같은 수치가 나올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조달청 입찰의 통상적인 투찰률은 95~96% 수준이다. 또 조달청이 발주하는 물량 중 각 제강사가 낙찰받은 물량의 비율도 매년 비슷했다. 실제 7년간 6번의 입찰에서 각 회사가 낙찰받은 물량 비율은 현대제철 30~36%, 동국제강 18.2~20.1%, 대한제강 9.5~10.8% 수준 등으로 일정한 양상을 보였다.

검찰은 “7개 제강사가 담합으로 거래한 철근 물량이 모두 6조8442억원으로 관급 입찰 사상 최대 규모”라며 “내년 1월부터 피해를 본 기관을 모아 공동소송 방식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8월까지 입찰방식을 다수공급자 계약방식으로 변경하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허위 가격자료 제출을 막기 위해 가격자료 제출의 절차·요건도 까다롭게 하는 등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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