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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틀리지만, 지금은 맞다? '특감반' 8개월 만에 부활 논란

중앙일보

입력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산하에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감찰팀이 신설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와 함께 사라진 ‘공직감찰반’(특별감찰반)이 옷만 갈아입은 채 부활하는 셈이다.

20일 대통령실과 검찰 등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은 내년 1월 출범을 목표로 10명 안팎의 신설 감찰팀 인원을 물색 중이다. 새 감찰팀은 검찰과 경찰, 국세청에서 파견받은 인원으로 구성해 총리실 공직복무관실 산하에 두되, 주로 고위공직자의 비위 관련 첩보를 수집하는 기능을 맡는다.

총리실은 “정부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로 사라졌던 공직감찰반을 총리실에 부활시키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럼에도 법조계 공직사회가 이를 ‘특감반 부활’로 받아들이는 건 신설되는 총리실 감찰팀의 주된 감찰 대상이 과거 청와대 특감반이 맡아오던 1~3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이 될 것이라는 전망때문이다. 대통령실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새로 신설되는 감찰팀은 고위공직자 감찰에 대한 노하우 등을 다른 팀에 전파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尹 ‘민정수석실 폐지’ 소신 뒤집나 

 특감반이 포함된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당선인 신분이던 올해 3월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2017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이끌었던 윤 대통령은 특감반의 전횡을 파헤쳐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기소를 이끈 장본인이기도 했다. 결국 무죄판결을 받긴 했지만 당시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의 특감반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들을 상대로 벌인 ‘표적 감찰’을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특감반은 논란의 중심에 놓였었다. 검찰수사관 출신 특감반원이었던 김태우(현 강서구청장)씨가 2019년 청와대 특감반이 민간인인 김기현 울산시장의 뒤를 불법적으로 캤다는 의혹을 폭로하면서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특감반원 1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감찰반의 구성, 업무수행 원칙과 범위, 절차 등을 명확히 해 공직사회의 엄정한 기강을 확립하겠다”며 명칭을 공직감찰반으로 바꿨다. 그러나 이는 ‘포대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공직윤리지원관실과도 오버랩 

총리실 감찰기능 신설 소식에 이명박 정부 시절 총리실의 ‘공직윤리지원관실’ 을 떠올리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당시 MB정부는 “공직기강을 잡는 것 보다는 공직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분위기를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했지만 힘이 잔뜩 실린 이들은 이후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등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김태우 강서구청장은 2019년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켰다. 장진영 기자

김태우 강서구청장은 2019년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켰다. 장진영 기자

 대통령실이 매 정부마다 논란을 양산해 온 특감반의 기능을 되살리려는 건 “공직기강 해이가 심각하다”(여권 관계자)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정보경찰이 공직사회에 대한 감찰 기능을 해왔지만 미진하다는 평가가 계속돼 왔다”(사정기관 관계자)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 외에 총리실, 국가정보원 등으로 감찰 기능 수행 조직을 다양화하면 교차 검증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민간인 사찰 등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사진은 검찰이 2010년 7월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별관 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중앙일보

이명박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민간인 사찰 등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사진은 검찰이 2010년 7월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별관 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중앙일보

 공직사회와 정치권에선 “설 감찰팀의 지휘·보고 체계가 관건”(더불어민주당 관계자)이라는 말이 나온다. 신설 감찰팀의 형식적인 소속이 총리실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보고는 대통령실에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출범도 하지 않은 팀이라 조심스럽지만, 만약 대통령실과 지휘·보고관계로 엮이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특감반과 비슷한 조직은 존재 자체가 직권남용의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며 “하필 총리실 산하에 감찰조직을 두는 MB모델인 점이 찝찝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가 부작용이 생기니 기능을 하나씩 부활시키고 있다. 대통령이 콘트롤하던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달리, 지금처럼 쪼개서 분산시킬 경우 콘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생길 것”이라며 “기능이 있는 곳엔 조직이 있어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라리 민정수석실을 되살리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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