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BMW가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인 7시리즈의 7번째 완전변경 모델을 7년 만에 출시했다. 지난 19일 인천 영종도에서 경기 김포까지 80㎞를 주행해 봤다. 시승한 차량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인 뉴 740i s드라이브다.
자동차에 다가가니 1977년 BMW 7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강조됐던 그릴이 눈에 띄었다. 그릴 양 옆은 보석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의 제품으로 꾸며진 헤드라이트가 반짝였다. 버튼 하나로 차량의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기능이 7시리즈에 최초로 들어갔다. 사람이나 차가 문 앞에 가까이 있다면 자동으로 인식해 문 여는 각도를 조절했다. 차량 내부는 크리스탈 디자인으로 꾸며졌는데 여러 가지 색깔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레이더·카메라 활용한 주행 보조 기능
버튼 하나로 시작되는 주행 보조 기능이 안정적으로 보였다. 운전석 계기판은 증강현실 기능이 들어갔다. 차량이 앞차와 옆 차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실제 도로와 위에 그려진 초록색 컴퓨터 그래픽이 친절하게 안내했다. 레이더와 카메라 센서를 활용해 앞차와 간격을 인식했고, 옆 차가 갑자기 주행 차로로 들어왔을 때도 상황을 부드럽게 넘겼다.
최고 출력 381마력(5200~6250rpm), 최대 토크 55.0㎏.m(1850~5000rpm)의 힘을 내는 직렬 6기통 가솔린 트윈 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다. 0.9㎾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행을 돕는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자 육중한 황소가 굵직한 엔진음을 내며 표범으로 변신하는 것 같았다. 부스터 모드를 누르면 운전석 시트가 허리를 조였다. 후륜구동 차량으로 시속 0㎞에서 100㎞까지 5.4초 만에 도달한다.
시승의 백미는 뒷좌석에서 나왔다. 차량 옆문 손잡이에 달린 5.5인치 디스플레이로 조수석 좌석을 앞으로 밀고 다리를 모두 뻗을 수 있었다. 31.3인치 대형 스크린이 천장에서 내려왔다. 터치스크린 조작으로 유튜브‧넷플릭스‧아마존(프라임)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차 안에는 스피커가 36개 달렸다. 스크린이 내려오면 검은색 햇빛 가리개가 자동으로 양옆과 뒷 창문을 가렸다. 변현석 BMW코리아 매니저는 “움직이는 개인용 영화관”이라고 소개했다.
마사지 기능을 여러 종류로 선택할 수 있어서 뒷좌석 시승 중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이번 모델에는 2개 축이 있는 에어서스펜션이 기본 적용됐다. 급가속이나 회전 구간에도 승차 높이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에어서스펜션이 탑재되다 보니 뒷좌석에도 소음과 진동이 덜 해 영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차량 가격은 1억7300만원부터 시작한다.
31인치 모니터에 36개 스피커로 영화 감상
다만 일부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할 점도 보였다. 뒷좌석에서 영화를 감상하면 대형스크린이 룸미러 시야를 차단했다. 디지털 서라운드 뷰 기능으로 메인 모니터에서도 주변 차량을 모두 볼 수 있지만, 차량 조작에 미숙한 운전자라면 자칫 당황할 수 있다. 조수석을 최대한 앞으로 당겨 뒷좌석 편의성을 높였을 때도 사이드미러가 가려 뒷 차량이 일부 보이지 않기도 했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7시리즈가 많이 팔리는 시장이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13.4% 늘어난 2686대가 판매됐다. BMW는 7시리즈 최초 전동화 모델인 뉴 i7로 전기차 시장에도 도전한다. 삼성SDI의 105.7㎾h 고전압 배터리가 장착돼 1회 충전 시 438㎞ 주행이 가능하다. 고속 충전으로 40분 만에 80%까지 채울 수 있다. 가격은 2억1570만원부터.
한편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은 지난 17일 인천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난 뒤 업무용 차량으로 i7 10대를 전달했다. 향후 삼성과 사업 협력 강화를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