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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태원 참사에…文때 112와 합친 재난업무, 경비국이 맡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국의 112 신고 상황을 총괄하는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실 산하 재난 관련 업무가 경찰청 경비국 소관으로 돌아간다. 경찰청은 행정안전부와 직제 협의를 거쳐 내년 초 경비국 산하에 대테러·위기관리과(가칭)를 신설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경찰 대혁신 태스크포스(TF) 5차 전체회의에서 논의된 ‘재난업무 담당체계 재정비’ 과제의 핵심 내용이다.

용산서 경비과 아닌 112상황실이 치안대책 수립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오른쪽)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 치안역량 및 책임성 강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오른쪽)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 치안역량 및 책임성 강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의 재난 관련 사전 대책 수립과 현장 대처 역량이 부실했다고 보고 재난 예방·예비 기능을 강화하자는 차원이다. 경찰 대혁신 TF 출범 이후 경찰청 조직 구조를 바꾸는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19일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이번 기회에 재난 관련 업무 체계를 다시 한번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서 재난 관리는 원래 경비 업무로 돌리기로 한 것”이라며 “치안상황관리관실이 하던 어떤 업무를 넘기고 명칭을 어떻게 할 건지 세부적인 논의만 남아있다”고 밝혔다.

앞서 용산경찰서의 핼러윈데이 치안대책을 경비과가 아닌 112종합상황실이 수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동대 배치 등 전반적인 사고예방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파 운집보다는 이태원 일대 마약 단속과 112신고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서다. 결국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건의 사전 112 신고 대응도 부실했고, 경찰관기동대의 현장 도착(10월 29일 오후 11시 40분)도 늦어 112와 경비 기능 모두 놓쳤다는게 경찰청 판단이다.

文정부 ‘자치경찰’ 논의될때 치안상황관리관실 신설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지난 11월 31일 오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지난 11월 31일 오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원래 재난 관련 업무는 치안감급 조직인 경찰청 경비국이 집회·시위와 함께 담당해왔다. 집회·시위와 재난 대응의 핵심이 ‘경찰 부대’ 활용이어서다. 이후 재난 업무는 대테러 대응과 합쳐졌지만 경비국 산하 대테러센터(2005년~2011년), 위기관리센터(2011년~2019년)에 남아 있었다.

재난 업무가 경비국 소관을 벗어난 건 민갑룡 경찰청장 재임 시절인 2019년 2월 경찰청 차장 직속으로 경무관급 조직인 치안상황관리관실이 신설되면서다. 기존에 경찰청 생활안전국에서 담당했던 ‘112기획·운영 업무’와 경비국에서 담당했던 ‘치안상황, 위기관리 업무’가 통합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던 ‘자치경찰제’ 도입이 논의되던 시기여서 112신고와 재난 업무에 대응하는 지역경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치안상황관리관실을 신설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재난 관리는 ‘경찰법’상 자치경찰사무인 ‘안전사고 및 재해ㆍ재난 시 긴급구조지원’에 해당한다는 주장과 다시 한번 맞물린다. 2020년부터 시행된 개정 ‘경찰법’에 따르면 자치경찰사무는 시도청장이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아 관할구역의 소관 사무를 관장한다. 경찰청장은 자치경찰 이외 국가경찰 사무를 총괄한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의 재난 관련 업무는 예방과 대비 부분이라 경찰법 개정 없이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청 경비국 산하에 대테러·위기관리과가 신설되면 대테러 대응과 재난 등의 위기관리, 작전 업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경비통인 경찰 관계자는 “재난과 테러는 원인만 다를 뿐 사건이 발생하면 대응과 사후 복구 등 후속조치가 유사하다”며 “그래서 재난, 테러, 작전을 위기상황에 준해서 경비에서 컨트롤해왔다”고 말했다. 경비 경험이 풍부한 또다른 관계자도 “재난은 자연재난과 사회적인 재난이 있다. 사회구조적인 부분이 원인인 사회적 재난의 스펙트럼은 또 다양하다”며 “재난에서 경찰 대응의 핵심은 경비에서 갖고 있는 인력과 장비인데 112라인이 재난업무를 하는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0월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0월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 등 전국 상황실 4곳, 총경급이 4교대 근무 

한편, 이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실 상황담당관과 서울·경기남부·부산경찰청의 상황팀장은 총경급(16명)으로 격상된다. 총경 아래 경정 직위에도 총경을 보임할 수 있는 복수직급제가 내년 상반기부터 도입되기 때문이다. 경찰청과 3곳 지방청 상황실은 총경급 상황담당관 4명의 4교대 근무로 돌아간다. 이들은 치안상황 전파 및 초동조치 등을 담당한다.

서울청의 경우 주말·공휴일마다 총경들이 돌아가며 24시간 당직 근무를 서는 체제가 없어질 전망이다. 이태원 참사 당일 당직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당시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은 자신의 사무실에 머무르다 오후 11시 39분에야 첫 사고 상황을 인지했다. 이후 당직 총경들이 상황실이 아닌 각자 사무실에 머무르는 관례 등이 알려지면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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