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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방 가뭄 어떻길래…‘저수율 0%’ 저수지까지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3일 전남 영광 옥실저수지의 물이 줄어 가장자리 바닥이 드러난 모습. 사진 한국농어촌공사

지난 13일 전남 영광 옥실저수지의 물이 줄어 가장자리 바닥이 드러난 모습. 사진 한국농어촌공사

남부 지방의 겨울 가뭄으로 저수율이 0%까지 떨어진 저수지가 발생하고 있다. 물이 말라가는 저수지에 강제로 물을 끌어다 채워 넣는 작업까지 하고 있지만, 물 부족 우려는 커지고 있다. 가뭄 때문에 내년 농사에 쓸 농업용수는 물론, 당장 먹는 물까지 급한 지역주민은 발을 동동 구르는 중이다.

19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현재 농어촌공사 산하 저수지 중 저수율 0%가 된 곳은 전국 22곳에 이른다. 저수율이 0%가 됐다는 것은 저수지가 물을 뽑아 쓸 수 없는 ‘사수위(死水位)’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저수지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저수율 30% 미만으로 떨어진 곳까지 넓혀 보면 121곳 저수지의 물이 말라가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저수지 평균 저수율이 평년의 40% 이하로 떨어지면 가뭄 위기경보 ‘심각’ 단계로 판단하고 비상급수 등의 대책을 추진한다.

겨울철이지만 마늘·양파 등 밭작물을 위한 농업용수를 필요로 하는 곳도 있다. 또 내년 농사를 위해선 미리 물을 저장해 두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저수율 0%에 이르는 저수지가 꾸준히 발생하며 가뭄이 일상화하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호남 지역의 가뭄이 심각하다. 전남에 있는 농어촌공사 저수지의 저수율은 평균 46.4%에 불과하다. 전북 지역도 52.8%에 그친다. 저수 가능한 용량 중 실제 모아 둔 물의 양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반면 경기도·강원도·충남의 저수율은 90%를 웃돈다. 전국 평균 저수율은 67.7%로 지난해 같은 때(82.2%)보다 14.5%포인트 낮다.

35㎞ 떨어진 영산강물까지 끌어와

농어촌공사는 가뭄이 특히 심한 전남 영광군 옥실저수지·함평군 월천저수지 등에 용수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년 인근 지역 농업용수 공급에 어려움이 생겨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현재 영광 옥실저수지의 저수율은 14.5%에 불과하다. 옥실저수지는 한때 저수율이 0%에 이르며 사수위 이하에서 잔여 수량(水量) 관리를 하던 중이었다. 함평의 월천저수지는 저수율이 38.6%로 낮아진 상태다.

농어촌공사는 결국 영산강 본류에서 나주시 평산저수지, 함평군 목교저수지 등을 거쳐 149만5000t의 용수를 확보하는 대규모 급수 대책을 추진한다. 영산강으로부터 최종 목적지인 영광 옥실저수지까지 약 35㎞의 수로로 물을 대는 대형 프로젝트다. 박재근 농어촌공사 홍보실장은 “영산강에서 펌프로 끌어올린 물을 각 저수지에 70%가 될 때까지 채울 계획인데,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며 “내년 농사를 위해서는 용수를 미리 저장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식수난까지 발생…‘심각’ 단계

농업용수를 주로 공급하는 저수지와 함께 생활·공업용수를 저장하는 댐 역시 물 부족을 겪고 있다. 최근 광주광역시 인근 지역 주민은 ‘샤워시간 줄이기’ ‘양치컵 사용’ 등 물 절약을 독려하는 안전 문자메시지를 계속 받고 있다.

전남도청이 물 절약 홍보를 위해 발송한 안전 문자메시지. 사진 독자 제공

전남도청이 물 절약 홍보를 위해 발송한 안전 문자메시지. 사진 독자 제공

정부는 이번 가뭄이 내년 2월까지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겨울철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거나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섬진강댐 등 전라도 지역 댐 4곳은 ‘심각’ 단계의 관리에 들어갔다.

최근 광주·전남 지역에 큰 눈이 내렸지만, 해갈에 영향을 미치기엔 역부족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7~19일 광주ㆍ전남에 사흘간 최고 20㎝ 안팎의 많은 눈이 내렸으나 이를 강수량으로 바꾸면 평균 6~8㎜에 불과하다. 특히 눈은 비처럼 저수지나 댐으로 흘러 들어가는 양이 많지 않다. 이미 식수난을 겪고 있는 완도 등 5개 섬 지역에선 제한급수를 시행 중이다.

장경석 전남도청 자연재난관리팀장은 “시간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5년간을 보면 1·2월의 월평균 강수량이 약 35㎜ 정도였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비가 100~200㎜는 더 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4월까지 가정과 산업단지에서 물 절약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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