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뻥튀기 청약 막고, 따상 가능성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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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해 1월 11~12일 진행된 LG에너지솔루션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 1경5203조원의 돈이 몰렸다. 올해 1월 기준 시중에 풀린 돈 3653조4000억원(M2·광의통화)보다 많은 액수다. 자본금 5억원, 순자산 1억원인 자산운용사도 주문이 가능한 최대 액수인 9조5625억원어치의 주문을 내는 등 1988개 기관투자가가 자본력과 무관하게 ‘사자’ 주문을 낸 결과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내년부터는 LG에너지솔루션 때처럼 기관투자가가 ‘허수성 청약’을 하는 게 어려워진다. 금융당국이 허수 청약을 한 기관투자가에게 배정 물량을 축소하는 등의 페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8일 이런 내용의 ‘허수성 청약 방지 등 기업공개(IPO)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4월부터는 상장 주관사가 기관투자가의 주금납입능력을 주식 배정 전 확인·평가하는 게 제도화된다. 허수성 청약을 한 기관투자가에게는 주관사가 배정물량을 대폭 축소하고, 수요예측 참여를 제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런 확인 의무를 게을리한  상장 주관사에 금감원이 업무정지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근거가 마련된다.

그동안 기관투자가는 고수익이 기대되는 IPO 때 1주라도 더 받기 위해 자금조달능력과 상관없이 기관 전체에 배정된 물량을 신청해왔다. 기관투자가는 개인투자자와 달리 증거금 납부 의무(청약 금액의 50%)가 없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의 허수 청약으로 청약 경쟁률이 높아질 경우 공모가가 고평가되는 등 개인투자자의 손실 위험이 컸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수요예측 때 공모가를 기재하지 않은 기관투자가에겐 공모주 미배정 등 불이익이 가해진다. 이밖에 금융당국은 수요예측 내실화를 위해 기관투자가 대상 사전 투자수요 조사도 허용하고 수요 예측 기간도 종전 2일에서 7일가량으로 확대한다.

공모주 주가 급등락 문제도 개선된다. 공모주 상장 이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 기록)’이 나타나는 등 상장 직후 매매가 중단될 정도로 주가가 급등하다가, 이후 폭락해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상장 당일 가격 변동 폭을 현행 공모가 기준 63~260%에서 60~400%로 확대할 방침이다. 공모가 1만 원짜리 주식이라면 상장 첫날 최고 가격이 2만6000원이었는데, 앞으로 4만원까지 올라가게 된다. 금융당국은 “상장 당일 가격 변동 폭을 대폭 확대해 일시적으로 투자 심리가 과열되는 현상을 막고, 소수 투자자의 투기적 베팅으로 쉽게 가격 변동 폭 상한에 도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엔솔 청약이 세운 기록들 그래픽 이미지.

LG엔솔 청약이 세운 기록들 그래픽 이미지.

금융당국은 가격 변동폭 확대가 상장 당일 가격 폭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런 사례가 발생한다면 종전 체계 아래에서도 상장 당일 소위 따상, 상장 익일 따상상(따상 후 상한가 기록)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시장 효율성 측면에서 익일보다 상장 당일 균형가격에 조기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밖에 의무보유기간 종료 후 일시에 공모주 매도가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해 주관사가 의무보유 확약 기간별로 물량을 차등배정하기로 했다. 내년 중 ‘IPO 단기차익거래 추적시스템’을 구축해 의무보유 미확약 기관의 공모주 매도 내역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공모주 물량 배정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해당 개선안이 IPO 시장을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이 위축되며 올해 들어 IPO를 철회한 기업만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 등 13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개선안이 시행될 경우 청약 수요 감소 등으로 IPO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IPO 시장에 대한 열기가 다소 줄어든 현 시점에서야 말로 시장 관행을 꼼꼼히 개선할 수 있는 적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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