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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등윳값, 휘발유와 역전 코앞…한파 속 '서민 연료' 흔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3일 광주 서구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을 뛰어넘은 등유 가격이 표기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광주 서구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을 뛰어넘은 등유 가격이 표기돼 있다. 연합뉴스

'서민 연료' 등유의 판매가가 곧 휘발유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인 한파 속에 서민들의 난방비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난방용으로 많이 쓰이는 등유는 원래 다른 석유제품인 휘발유·경유보다 훨씬 저렴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월 초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080원대로 휘발유와 500원, 경유와 300원 넘게 차이 났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대두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7월 들어선 L당 1700원에 육박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 후 가격이 소폭 떨어졌지만 17일 기준 1543.82원으로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면 자동차 연료로 주로 사용하는 휘발유는 최근 국제 유가 안정 속에 빠른 가격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6월 30일 L당 2144.90원으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한 뒤 반년 가까이 꾸준히 내려가는 양상이다. 17일 판매가는 1545.18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5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등유와는 사실상 동일한 가격대다.

휘발유·등유의 가격 역전은 시간문제다. 이달 1~17일 휘발윳값 하락 폭은 L당 약 77원으로 등유(49원)보다 훨씬 크다. 이미 서울·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역별 등유 가격이 휘발유를 넘어선 곳이 많다. 특히 17일 대구에선 등윳값이 휘발유보다 100원 가까이 더 비쌌다.

등유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한 경유와 생산 라인이 겹치면서 공급 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정유사들이 등유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항공유 생산에 집중하는 것도 물량 부족을 부추겼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로 각국의 난방 수요까지 증가하면서 국제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국내 요인으론 유류세 인하에 따른 혜택이 사실상 없다는 게 크게 작용했다. 휘발유는 L당 468.8원, 경유는 335.6원의 유류세가 붙는 반면, 등유는 72.5원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등윳값이 쉽사리 내려가지 않으면서 서민의 허리도 휘고 있다. 도시가스, 지역난방이 안 되는 가구에선 어쩔 수 없이 등유를 사용해야 한다. 부산에서 등유 보일러를 쓰는 60대 A씨는 "작년엔 50만원 정도면 기름을 가득 채웠는데 얼마 전엔 100만원 넘게 들었다. 휘발유보다 훨씬 비싼 걸 보고 놀랐다"면서 "올겨울은 최대한 아껴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난방 수요 등으로 봄이 오기 전까진 등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등유에 매기는 유류세 전체를 올겨울만 한시 유예하거나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을 늘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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