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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2조 투입…대우조선해양 21년 만에 새 주인 맞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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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대우조선해양이 2001년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 졸업 이후 21년 만에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기획재정부·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는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우조선해양과 한화그룹 간의 투자유치 관련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한화그룹은 신규 자금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 신주(新株)를 인수함으로써 경영권 지분(49.3%)을 확보하게 된다. 유상 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 한화 계열사 6곳이 참여한다.

앞서 지난 9월 한화그룹과 산업은행은 한화 측이 대우조선해양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 추가로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이 나타나지 않자 한화 측은 10월부터 대우조선을 상대로 단독으로 상세실사 작업을 벌여왔다.

본계약 체결 이후에는 경쟁국의 기업결합 심사와 정부의 방산부문 승인 등 거래 관련 국내외 인허가 절차가 남아있다. 기업결합 심사 대상국은 한국(공정거래위원회)을 비롯해 유럽연합(EU)·일본·중국·싱가포르·튀르키예·베트남·영국 등 8개국이다. 산업은행은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과 이종(異種)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결합 승인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대우조선 인수로 ‘글로벌 방산 톱10’ 꿈꾼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 체결을 앞둔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모습. 연합뉴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 체결을 앞둔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모습. 연합뉴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방산과 에너지 분야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 한화디펜스 등 분산됐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으로 성장해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그동안 각 계열사에서 유도무기, 항공기, 항공엔진, 자주포, 장갑차, 통신·레이더를 생산했지만 해상역량은 갖추지 못했다. 잠수함과 전투함 등 군용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완성하게 된다. 생산에서 운송, 발전으로 이어지는 에너지 밸류 체인을 구축해 친환경 에너지 부문에서의 영역 확대도 가능해진다.

대우조선해양의 ‘체질 개선’은 한화에 남은 숙제다. 대우조선의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조1974억원이다. 3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291%다. 그동안 굵직한 인수합병을 완료한 뒤 자사 출신 경영진을 보낸 한화그룹의 사례를 통해 업계 안팎에서는 박두선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교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 등기이사 전원의 사임서 제출이 계약 성사 조건에 포함돼 있기도 하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단에서 인수작업에 집중해온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대표 등이 새 경영진으로 거론된다.

21년간 ‘주인 없는 회사’ 꼬리표, 드디어 마침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우조선해양은 21년간 주인 없는 신세였다. 1999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대우그룹 12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대우중공업도 그중 하나였는데, 이후 대우조선공업과 대우종합기계로 분할했다. 대우조선공업은 2년 만인 2001년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대우조선해양으로 사명도 변경했다. 이후 산은 주도하에 매각작업이 추진됐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총 14년간 공을 들였다. 2008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제2 창업’이라는 각오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을 만큼 인수 의지가 강력했다. 당시 M&A 시장 최대 매물 중 하나였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는 한화 외에도 포스코, 두산, GS 등이 뛰어들었다. 결국 6조3000억원의 인수가를 제시한 한화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자금난을 겪으며 자격을 잃었다.

지지부진하던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2018년 조선업계 불황과 함께 다시 논의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이 2019년 2월 인수 후보자로 확정됐고, 곧바로 산은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유럽연합(EU)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두 기업의 결합을 불허하면서 조선업계 1위와 2위의 빅딜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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