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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30초, 로봇은 9초…스마트팩토리는 생존에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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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자동차 부품회사 센트랄의 창원공장에서 산업용 로봇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생산 공정에 로봇을 도입했다. 송봉근 기자

자동차 부품회사 센트랄의 창원공장에서 산업용 로봇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생산 공정에 로봇을 도입했다. 송봉근 기자

경남 창원에 있는 자동차부품 회사 센트랄에서 30년 동안 일한 정귀훈(49) 오퍼레이터는 최근 큰 업무 변화를 겪었다. 지난 2020년 생산 공정에 로봇을 도입하면서다. 정 오퍼레이터는 그동안 하루 8시간씩 작업대 앞에서 차체 충격을 완화해주는 현가장치에 쓰이는 볼 조인트를 손으로 조립해왔다. 포장과 완제품 검사도 수작업으로 했지만 사람 팔처럼 생긴 관절 로봇을 들여오면서부터는 업무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정해진 시간에 온도·압력 등 상태를 태블릿PC에 입력하거나 로봇 공정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점검만 하면 된다. 그는 “제품 한 개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초에서 9초로 단축됐다”며 “작업 인원도 기존 2~3명에서 한 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검사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총 57개 라인 중 4곳에 로봇 공정을 시범 도입했는데, 이 중 2개 라인에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검사가 이뤄진다. AI 검사를 도입한 이후 불량 유출은 0건이다.   이 회사는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팩토리 구축 사업’에 참여하면서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삼성전자 전문위원들이 6개월 동안 이곳에 상주하면서 센트랄 측과 머리를 맞댔다. 김현식 공장장은 “로봇 도입 후 완제품 생산량이 일 2040개에서 3290개로 61% 늘었다”며 “이제 제조업에서 스마트팩토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금까지 삼성의 지원을 받았는데 내년부터는 중소 협력사들에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진형 아이엔티텍 대표

정진형 아이엔티텍 대표

지난 1일 찾은 경북 구미의 아이엔티텍 공장에서도 LS일렉트릭의 지원을 받아 상생형 스마트팩토리 구축이 한창이었다. 아이엔티텍은 전기전자·자동차부품 사출 및 금형 전문기업이다.

공장 안쪽 모니터에는 온도·압력 등 주요 지표가 또렷했다. 정진형 아이엔티텍 대표는 “엔지니어가 오랜 시간 걸려 습득한 최적의 사출 조건을 표준화해 입력하고, 적정 범위를 벗어나면 에러 경고가 울린다”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축적해 제품별 최적 조건을 예측할 수도 있다. 이 회사는 5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비용을 투자해 관절 로봇을 너트 조립에 활용하는 등 스마트팩토리화 작업을 해왔다.

두 회사는 자체 투자와 정부·대기업의 지원으로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선 아직도 쉽지 않다. 김현식 공장장은 “(스마트팩토리를) 몰라서 못 하는 회사가 수두룩하다”며 “열악한 작업 조건과 구인난, 낮은 수익성이라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2018년부터 올해 11월까지 2165억원을 지원해 4609개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익명을 원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리정돈이나 기본 생산 프로세서를 갖추는 수준인 기초단계 1단계 기업이 70% 정도”라고 말했다.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기업연구단장은 “개별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보다 대기업과 연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스마트팩토리 설계 전문기업 오토데스크의 스리나스 조나르가다 부사장은 “한국의 반도체·자동차·중공업 업계가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1~3차 협력사로 확산하지는 않았다”며 “중소·중견 제조업체의 자동화를 위해 정부 지원과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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