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한등심구이에 특이한 밑반찬 푸짐-우원<서울 대치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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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여기저기 오라는데도 갈 데도 많은 업무 형평 때문에 동가식 서가식(숙은 절대로 아님)할. 수밖에 없고, 게다가 까다로운 식성도 아니니 아무 데서나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 사발을 없애버리는 식사 습관으로 살아 온지 오래다.
그러니「맛 자랑 멋 자랑」이나「구름에 달 가듯이」하는 얘기가 팔자 억세게 좋은 양반들의 소관으로만 느껴지더니 어럽쇼 2년 전쯤부터인가 나에게도『그 집 음식 쑬쑬합데다』고할 만한 곳이 한 군데 잡히게 되었다. 실례지만 우리 집 전권대신의 솜씨를 논외로 한다면 이순관문의 초견지지가 아닌가 싶다.
한식당「우원」의 무엇이 졸부로 하여금 노변정담 아닌 처변식담을 하도록 하는가. 외식하는 손님마다 음식과 음식점을 택하는 기준이 천태만상인데, 시간의 완급으로는 설설 각각(슬로슬로 퀵퀵)이요, 장소에 따라서는 구구 부동한 것이 자유사회라면 나라고 기준이 없을 소냐.
좋은 음식점의 덕목삼장. 편안할 것, 아늑할 것, 특유의 음식이나 반찬을 갖출 것.
좋은 음식의 3요소.
정갈할 것, 자연스러울 것, 맛과 정성이 어린 시절 엄마의 손끝 같을 것.
「우원」((553)3019)은 서울 강남의 대치동 그랜드백화점에서 은마아파트로 가는 큰 길옆 왼쪽에 자리잡고 있다.
충분한 주차장을 갖춘 120평쯤 되는 단층집이므로 출입이 편리하다. 내부에는 넓은 방과 홀이 있으며 홀은4∼6명 정도의 좌석이 적당하게 구획되어있어 편할 정도로 널따란 좌석에서 상냥한 종업원의 시중을 받을 수 있다.
시설의 부드러움, 주인과 종업원의 밝은 표정이 어울려 아늑함을 한껏 자아내며 음식도 정갈한 편이다.
주종메뉴는 등심구이 (1인분 9천5백원). 숯불에 굽는 연한 맛의 비결은 재료의 저장온도조절에 있다고 15년 경력의 주방장 김씨가 귀 뜀 한다.
특이한 메뉴는 등심회(자신)로 등심에서 이렇게 회로 쓸 수 있는 양은 마리당 5인분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밑반찬으론 넙석젓갈이 특미. 전남 몽탄 일대에서 잡은 넙세기를 붉은 통고추와 함께 담가 일년 내내 삭인 후 상에 올린다.
탕반으로는 쇠고기국밥·냉면도 있지만 찰밥이 별식이다. 바깥양반이 때맞춰 산지에서 가져오는 추자 멸치젓갈을 곁들여 제공하는데 그 살진 맛을 끝으로 식혜 한 사발을 떠 마시면 속이 후련하다.
음식값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서 친구들과 생각나는 대로 들르곤 한다. 【한수생씨<환경처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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