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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생기기도 전에 잡아낸다, LG공장 손실 제로 시스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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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제조업 혁명, 스마트공장 

최신 스마트팩토리인 LG전자 테네시공장. 임성빈 기자

최신 스마트팩토리인 LG전자 테네시공장. 임성빈 기자

미국 동남부 테네시주의 주도(州都) 내슈빌에서 자동차로 1시간쯤 달리면 클락스빌이라는 소도시가 나온다. 클락스빌 외곽의 널찍한 들판 한가운데는 LG전자가 3년 전 문을 연 세탁기공장이 세계 최고 효율을 자랑하며 가동 중이다.

지난 10월 20일(현지시간) 방문한 LG전자 테네시 세탁기 공장에선 사람보다 자동무인운반차량(AGV)이 더 많이 보였다. 가로 100m, 세로 500m의 길쭉한 생산라인에선 시작부터 끝까지 부품을 옮기고 자재를 채워 넣는 일을 165대의 AGV가 담당하고 있었다. 사람이 일일이 조종하지 않고 관제 시스템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AGV는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최신 스마트팩토리인 LG전자 테네시공장에서는 자동무인운반차량(AGV)이 부품·자재 운반 등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한다. [사진 LG전자]

최신 스마트팩토리인 LG전자 테네시공장에서는 자동무인운반차량(AGV)이 부품·자재 운반 등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한다. [사진 LG전자]

스마트팩토리에서 AGV의 역할은 단순 반복적으로 짐을 옮기는데 그치지 않는다. 공장을 관리하는 중앙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 필요한 부품을 각 라인에 채워주고, 도움이 필요한 라인에는 AGV가 지원을 나가기도 한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최적의 경로를 계산해 배차하는 콜택시처럼 관제 시스템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적은 숫자로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이곳에선 지능화한 공장 설계와 통합적인 생산 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10초당 한 대씩 세탁기를 생산한다. 10분 이내에 생산 품목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백대현 LG전자 스마트팩토리팀 책임연구원은 “자동화 공장은 로봇이 한자리에서 같은 반복 작업만 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스마트팩토리는 AGV와 제어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스마트팩토리 부품공급 자동화 시스템(SPS)은 공장에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는 부품을 미리 주문하고, 자재 보관소도 틈틈이 채워 놓는다. 사람이 직접 계산하고 명령하는 일은 거의 없다. 생산라인만 보면 공장을 사람이 아닌 기계가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라인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시스템이 판단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불량 포인트를 사전에 학습하는 머신러닝을 통해 세탁기 생산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불량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사진 LG전자]

불량 포인트를 사전에 학습하는 머신러닝을 통해 세탁기 생산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불량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사진 LG전자]

상대적으로 일손이 귀한 현지의 인력 수급 상황과도 맞아떨어진다. 기본적인 작업은 자동화 로봇이 하도록 해 구인난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이 기술적으로 작업하기 어려운 섬세한 작업은 사람 손으로 하도록 했지만, 로봇의 작업 수행 난도를 고도화하는 연구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공장 운영은 각 관리 시스템끼리 정보를 상호 교환해 스스로 하도록 지능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생산 라인 중간쯤엔 각 시스템이 주고받는 정보를 띄운 모니터를 설치해 관리자가 공장 상황을 공유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생산 효율을 높이는 한편 불량률을 낮추는 데에도 역할하고 있다. 공정에서 불량이 일어나기도 전에 불량을 잡아내는 체계를 고도화 중이다. 생산 과정을 비전 카메라로 계속 보여주고, 불량 포인트를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을 통해 불량이 발생하는 경향성(트렌드)을 미리 인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손창우 LG전자 테네시법인장(상무)은 “그동안 제품에 미세한 티가 있어도 폐기하도록 하는 품질 관리 방침에 따라 이전엔 불가피한 손실이 발생했다”며 “스마트팩토리에선 조립라인에 들어가기도 전에 불량을 걸러낼 수 있다. 사람이 실수할 수 있는 부분도 컴퓨터가 확인하고 잡아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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