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산’ FTX 창업자, 바하마서 체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12일(현지시간) 바하마 당국에 체포된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AF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바하마 당국에 체포된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AFP=연합뉴스]

파마머리에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즐겨 입는 ‘인간미 있는 젊은 천재’.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30)를 수식했던 말이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더는 통용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달 파산 신청 이후 FTX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그는 이제 ‘코인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야기한 대형 경제사건의 주인공으로 그려지고 있다.

FTX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 본사가 있는 바하마에서 사실상 은거해 왔던 뱅크먼프리드가 12일(현지시간) 현지에서 바하마 당국에 전격 체포됐다고 뉴욕타임스(NYT)와 BBC 등이 전했다. NYT는 뱅크먼프리드가 전신 사기(인터넷·온라인을 통한 사기)와 증권사기 공모, 자금 세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장 종신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NYT에 “사기를 치려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FTX의 몰락은 지난달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뱅크먼프리드가 운영하는 헤지펀드 알라메다 리서치의 재정이 불안한 상태이고 알라메다의 운영이 FTX의 코인에 의존하고 있다’는 내용의 온라인 문서가 유출된 날이다. 이후 3일 만에 60억 달러(약 7조8000억원)가 인출되는 등 뱅크런이 발생했다. 뱅크먼프리드는 80억 달러(약 10조5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조달을 시도했지만, 무위에 그치자 결국 지난달 11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미 사법 당국과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뱅크먼프리드가 고객 돈을 빼내 위험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알라메다에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하면서 FTX의 유동성 위기를 야기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NYT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의 혐의 중엔 지난 5월 발생한 2개의 암호화폐 붕괴 연루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2개의 암호화폐는 한국산 코인 테라와 루나를 말한다. 사법 당국은 FTX 측이 갑작스럽게 테라 코인을 대량 매도해 테라 사태를 촉발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앞서 NYT는 암호화폐 관계자를 인용해 테라 대량 매도 주문이 FTX의 자회사인 알라메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권도형씨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는 지난 5월 테라 가격 대폭락 이후 수만 명의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

뱅크먼프리드는 13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화상으로 증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2일 체포로 참석 여부가 불확실해졌다고 외신은 전했다. 바하마 당국에 따르면 그는 13일 예심 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 바하마는 미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고 있지만, 피고인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실제 인도는 수주 또는 그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뱅크먼프리드는 MIT 졸업 후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에서 트레이더로 일했다. 이후 2019년 구글 출신 게리 왕과 FTX를 설립했다. 미 투자업계는 그를 JP모건 창업자인 존 피어폰트 모건이나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에 빗대기도 했다. 뱅크먼프리드는 미 정치권에도 막대한 돈을 뿌렸다. 미 시민단체 책임정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후원 규모만 500억 원이 넘는다.

FTX 급성장 배경에 미국 명문대 교수인 부모의 도움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NYT는 뱅크먼프리드의 부모인 스탠퍼드 로스쿨 교수 조지프 뱅크먼(67)과 바버라 프리드(71) 부부가 FTX 사업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