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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합수단 제동 건 이상민, 알고보면 검찰의 '큰 그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남부지검에 설치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정규 직제화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된 수사정보정책관실을 부활하려는 법무부와 검찰의 계획이 무산됐다. 정부 인력을 유지 혹은 축소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따른 결과다. 일각에선 전체 검사 정원을 먼저 늘리고 차후에 직제를 개편해 조직을 불리려는 검찰 나름의 ‘큰 그림’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1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예산심사국회 예결특위 회의장에서 열렸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달 1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예산심사국회 예결특위 회의장에서 열렸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와 검찰은 올해 9월 행정안전부에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정규 직제화 ▶수사정보정책관실 복원 ▶여성·아동범죄조사부 확대 ▶반부패·강력부 분리 ▶대검찰청 내 반독점과 신설 등 직제 개편을 요청했다. 통상적으로 정부는 연초에 정기 직제개편을, 9월께에 수시 직제개편을 검토하는데 이번에는 지난 5월 윤석열 정부로 교체된 이후 새롭게 제기된 정책사항을 반영하려는 성격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행안부는 법무부와 검찰의 요청 사항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추가 설치안만 일부 수용하고 나머지는 상당 부분 보류하기로 지난달 말께 정리했다.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경우 이미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조사부가 존재해 기능 중복이 우려되고, 다른 직제 개편 역시 검찰 고위직(검사장) 증원 등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만큼 75만여명 수준인 전체 공무원 수를 유지·감축하려는 현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게 행안부의 판단이다.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정규 직제화 등이 빠진 새 직제 개편안을 담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등은 이달 14일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행안부 반대 논리 납득 못 해”

검찰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검찰 조직 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금융범죄의 초기 단계부터 수사를 할 수 있어 금융조사부와 다르다. 기능 중첩은 터무니없다”, “인원은 못 늘려도 정보관리담당관실 명칭은 원래 대로(수사정보정책관실·범죄정보기획관실) 돌려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라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워낙 주목을 받고 있어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행안부의 논리를 모르겠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힘겨루기에서 한 장관이 완패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위치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모습. 법무부는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정식 직제화 하려 했으나 행안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뉴스1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위치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모습. 법무부는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정식 직제화 하려 했으나 행안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뉴스1

“검찰, 검사증원에 집중 후 직제개편에 나설 듯”

반면 대통령실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한 장관과 이 장관만큼 돈독한 관계가 없다”며 “검찰이 직제개편보다는 검사 증원이 더 시급하다고 보고, 나름의 전략하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법무부는 5년간 검사 220명을 증원하는 검사증원법을 직제개편안보다 먼저 이달 9일 입법 예고했다. 정부 기조와 달리 공무원을 증원하는 내용이다. 검사증원은 국회의 법률 개정을 거쳐야 하지만 판사 증원(판사정원법)과 연동되는만큼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등 일부 조직의 경우 임시 조직(비직제)으로 둬도 운영에 어려움이 없다. 그런 만큼 법무부와 검찰이 이번 직제 개편에서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검찰은 추후 기회를 노리겠다는 방침이다. 내년초 정식 직제개편 때는 검찰안을 관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이 안 되면 다음번에 다시 시도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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