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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하더니 이직은 왜 도와줘?” 좋은 이별 애쓰는 스타트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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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원티드랩은 기업의 구조조정 후 직원들의 재취업을 돕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 원티드랩]

원티드랩은 기업의 구조조정 후 직원들의 재취업을 돕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 원티드랩]

한 IT 스타트업 임원 A씨는 최근 회사가 경영 사정상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직원들 이직을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른 기업에 직원을 추천하고, 채용 플랫폼에 들어가 정보도 찾는다.  A씨는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하게 됐지만, 그동안 열심히 일해준 실력 있는 직원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들이 새 직장을 잘 찾게 돕고 있다”며 “언젠가 다시 만나 일할 수도 있으므로, 잘 헤어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구조조정을 시작한 스타트업이 느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퇴사가 확정된 직원들이 원활하게 새 직장을 찾을 수 있게 돕는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 퇴사 직원의 재취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인재가 곧 자산인 IT 스타트업은 지금 잘 헤어져야 훗날 다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아웃플레이스먼트 확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렇게 관련 수요가 늘자 최근엔 전직 지원 전문 서비스도 나왔다.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은 지난달 30일 “경영 효율화에 나선 기업을 대상으로 ‘전직 지원 프로그램’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감축 대상이 된 직원들이 더 빠르게 새 직장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 해당 직원들에게 먼저 면접을 연결해 주거나, 구인 회사들이 이 회사 직원들의 이력서를 먼저 볼 수 있게 해주는 식이다.

아웃플레이스먼트는 노동 시장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미국에서 발달했다. 국내에선 IMF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기를 겪으면서 대기업 중심으로 도입됐다. 미국에서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직원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함으로써 구조조정의 충격과 노사 갈등을 완화하는 데 활용됐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긴축 경영에 돌입한 스타트업이나 창업자 입장에서는 직원 재취업을 지원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기업과 자신의 평판을 지킬 수 있다. 인재 유치를 위한 장기 전략이기도 하다. 핵심 인력이 곧바로 경쟁사에 이직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경영 상황이 호전됐을 때 이들과 다시 일할 미래를 기대하려면 잘 헤어져야 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미국 빅테크 기업에서도 구조조정 칼바람이 분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는 지난달 전 직원의 13%인 약 1만1000명을 해고하겠다고 결정했다. 메타는 구조조정 아웃플레이스먼트의 일환으로 직원들에게 최소 16주 이상의 기본급과 건강보험료 지급 등을 약속하면서 전문업체를 통한 커리어 지원 등을 약속했다.

국내는 스타트업계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의 아웃플레이스먼트가 고령 퇴직자 중심으로 이뤄지는 형편이다. 고령자고용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2020년 5월부터 1000명 이상 고용 기업은, 1년 이상 재직한 50세 이상 직원이 비자발적 사유로 이직하는 경우 이직일 직년 3년 이내 직업훈련, 취업 알선 등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기업들은 전직 지원 부서를 따로 두고 운영한다. 퇴직예정자뿐 아니라 기존 직원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직무형 노동시장으로 변화하면서 관련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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