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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맞선 그때…54년만에 떠나는 파우치, 속내 고백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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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파우치(82)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 AP=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82)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 AP=연합뉴스

"코로나19는 1918년 독감 대유행(팬데믹) 이후 가장 파괴적인 호흡기 질환이었으나, 우리 사회는 이 경험을 통해 배울 점이 많다."

이달 퇴임하는 앤서니 파우치(82)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3년간 미국의 코로나19 방역 사령탑 역할을 했던 파우치 소장은, 의대를 졸업한 뒤 1968년부터 NIAID에 몸담았다. 이달로 54년 만에 공직생활을 마무리한다.

파우치 소장은 우리 사회가 전대미문의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과학적 진보'라는 성공을 거뒀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상 여러 새로운 질병이 인류에 도전해왔기에 이번 팬데믹도 완전히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면서도 "일부 질병은 문명을 변화시킬 수 있는데, 특히 코로나19에 맞서 불과 1년 만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해 대중에 상용화된 것은 전례 없는 위업"이라고 했다.

고통스러운 교훈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파우치 소장은 "우리 사회의 깊은 정치적 분열로 인해 코로나19에 대항하는 우리의 싸움이 방해받았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마스크 착용과 매우 효과적이고 안전한 백신 접종과 관련된 결정이 허위 정보와 정치 이념에 의해 지금껏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이는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코로나19 팬데믹 대응법을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던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거짓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등 갈등을 빚어 경질될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살해 협박도 받았으나, 파우치 소장은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에 대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후배 과학자들에 대한 당부 메시지도 남겼다. 그는 "공공 보건 정책은 이용 가능한 최선의 데이터에 기반해 추진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 책임"이라며 "과학자와 보건 종사자들은 여러 언론을 통해 과학적 내용을 알기 쉬운 언어로 설명하고 널리 공유함으로써 본인의 역할을 다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파우치 소장은 1984년부터 NIAID 소장을 맡은 후 지난 38년간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조류독감, 에볼라, 코로나19 등 각종 전염병 대응을 지휘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7명의 미국 대통령에게 보건의료 자문을 했다.

그는 자신의 공직 생활을 돌아보며 "'마치 엊그제 같다'는 진부한 표현을 쓰는 건 망설여지지만, 50년 이상 몸담은 NIAID를 떠날 준비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꼭 그렇다"고 전했다. 이어 "이곳에서 얻은 경험은 공공보건 문제에 대응하는 차세대 과학자들과 보건 종사자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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