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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손잡은 빈 살만, 미 대중 제재 1순위 화웨이와 투자 계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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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호 10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함께 리야드 왕궁에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함께 리야드 왕궁에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39조원대 투자 양해각서(MOU) 체결에 화웨이도 포함됐다. 미국은 이미 2019년부터 정보 유출을 이유로 화웨이를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지정한 뒤 각종 제재를 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가 미국의 대중 제재 1순위로 꼽히는 화웨이의 기술을 받아들이기로 한 데 대해 외교가에서는 사우디가 대미 외교 전선에서 중국과 뜻을 같이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중국이 중동의 리더 국가를 우군으로 얻게 된 셈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8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 왕궁에서 만나 “양국 관계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두 정상은 34개 분야에서 300억 달러(약 39조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투자 협정의 핵심은 사우디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비전 2030’의 주력 사업인 ‘네옴시티(NEOM City)’ 건설이다. 사우디는 석유 이후 시대에 대비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약 4분의 1 크기인 2만6500㎢ 면적의 신미래도시인 네옴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신화통신은 현지 보도를 통해 네옴시티 건설에 참여하는 중국 기업들의 현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철건국제그룹은 도시 건설 핵심 프로젝트인 6개 터널 공사를 수주했고 중국건설유한공사는 스페인과 공동으로 도심 교통망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화웨이가 스마트도시의 모바일·통신 분야 인프라 구축을 관장한다. 5G 네트워크를 비롯해 데이터 센터,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플랫폼 구축 등을 도맡으며 글로벌 선도 디지털 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화웨이는 중국 제재의 상징으로 꼽혀온 기업이다. 민간 기업으로 돼 있지만 중국 군과 정부 기관에 각종 통신 정보를 전달한다는 의혹을 받으며 미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도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 지난해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사우디를 국제적으로 ‘왕따’시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원유 증산을 위해 사우디를 방문해 관계 개선을 꾀했지만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사우디는 지난 10월 원유 감산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중국이 미국과 사우디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고 이번에 시 주석이 직접 사우디를 방문하면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 내는 데 성공했다. 양국은 9일엔 글로벌 석유 시장의 안정과 이를 위한 사우디 역할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내용의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석유화학 분야에서 공동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에너지 공급망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의 또 다른 핵심 현안인 ‘안정적인 석유 수급 협력’에서도 합의점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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