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야당도 입장 변경…안전운임 효과, 심도 깊게 논의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추경호 경제부총리(왼쪽에서 셋째)가 8일 철강ㆍ석유화학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추 부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왼쪽에서 셋째)가 8일 철강ㆍ석유화학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추 부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야 ‘3년 연장’ 수용했지만 미해결 변수 여전

화물연대는 즉각 복귀를…정부도 대화해야

화물연대의 파업(집단 운송 거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화물연대 편을 들어 왔던 야당의 태도가 바뀌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정부·여당이 제안한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 3년 연장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일 국토교통위 법안소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일몰제 폐지 법안을 상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화물연대가 지난달 24일 운송 거부에 들어간 지 보름 만이다.

이전까지 정부·여당은 일몰 시한 3년 연장, 화물연대·야당은 일몰제 폐지를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려 왔다. 이달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안전운임제는 올해 말로 자동 종료된다. 야당이 일몰제 폐지 요구를 거둬들이면서 국회 법안 심의가 진척될지 주목된다. 화물연대로선 집단 운송 거부를 위한 동력의 한 축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변수는 남아 있다. 정부·여당은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부터 요구하고 있다. 야당은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를 논의하기 위한 기구를 여야 동수로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정부·여당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안전운임제는 명칭과 달리 시행 이후 오히려 화물차 사고와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를 비롯한 주요 화주 단체들은 안전운행 효과도 별로 없으면서 물류비 부담만 커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품목 확대를 전제로 여야가 논의 기구 구성에 합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안전운임제 시한을 연장한 뒤 실제 안전운행에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깊이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어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화물 운송 거부자에 대해 추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기존 업무개시명령 대상인 시멘트에 이어 철강·석유화학까지 분야를 확대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물류 중단에 따른 출하 차질이 계속되면서 이번 주말부터는 생산 차질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 운송 거부 이후 철강재와 석유화학 분야를 합쳐 약 2조6000억원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대로 운송 거부가 계속되면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핵심 산업 현장에서 생산 차질이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화물연대가 명분 없는 운송 거부를 이어가는 건 우리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이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이나 비조합원에 대한 운송 방해 같은 불법 행위를 엄단해야 한다. 동시에 대화의 창구를 열어두고 화물연대가 조속히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도 운송 거부를 멈추고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야당의 입장 변화처럼 화물연대도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대신 연장을 차선책으로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처럼 경제 전체를 볼모로 집단의 이익을 끝까지 관철하려는 태도는 이제 사회적 용납이 어려운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