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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파업은 끝났지만 내년 수출·고용 여전히 빨간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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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한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앞 도로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한 조합원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뉴시스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한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앞 도로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한 조합원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뉴시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6일간 이어진 파업(집단 운송 거부)을 끝내고 현장으로 돌아갔다. 민주노총은 오는 14일로 예고했던 제2차 총파업·총력투쟁대회도 취소했다. 지하철·철도 노동조합은 일찌감치 파업 방침을 접고 일터로 복귀했다. 주요 사업장의 잇따른 파업으로 세력 과시를 노렸던 민주노총의 전략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법과 원칙을 앞세운 정부의 일관된 대응과 여론의 싸늘한 반응이 민주노총의 투쟁 동력을 급속히 떨어뜨렸다.

노동운동 전반에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투쟁 일변도의 강성노조에 거부감을 가진 젊은 세대의 발언권이 커지면서다. 포스코 노조는 지난달 말 조합원 다수의 찬성으로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를 탈퇴하기로 했다. 서울교통공사(지하철)에선 제3 노조인 올바른노조의 파업 반대 목소리가 컸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올바른노조는 20·30대 젊은 직원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노동 현장의 젊은 세대들은 임금이나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치 파업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은 막을 내렸지만 우리 경제는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수출과 고용을 중심으로 위기를 경고하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정부는 올해 수출액이 68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역대 최대 수출액을 달성한다는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물가·고금리 충격 등 어려운 상황에도 올해 수출은 선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내년 수출 전망은 어둡다. 한국무역협회는 내년 수출액이 올해보다 4%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이미 부진에 빠진 모습이다. 월간 수출 증가율도 지난 10월을 고비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8개월 연속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용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내년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 명 미만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약 80만 명)와 비교하면 대폭 둔화한 수치다. 고용시장 침체는 가계소득 감소와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경기 침체의 골을 깊게 할 우려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초당적으로 협력해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다. 경제 주체들이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나 소비를 망설이지 않도록 국회에서 관련 세법의 처리도 서둘러야 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은 최우선적으로 통과시켜야 한다. 경제 살리기는 여야가 따로 없는 절실한 과제다. 어떠한 명분의 정쟁도 결코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