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 여부를 결정하는 안전진단 문턱을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낮춘다. 재건축 연한(현행 30년)을 넘겼고 주거환경이 열악하면 건물이 무너질 위험이 없어도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8일 이런 내용의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내년 1월 시행한다고 밝혔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으로 ‘아파트가 너무 낡고 불편해 새로 지어야 한다’고 공인받는 절차다. 해당 단지의 ▶구조 안전성 ▶주거 환경 ▶설비 노후도 ▶비용 편익을 따져 점수를 매긴다. 100점 만점 중 55점 이하를 받은 단지만 재건축이 가능하다.
개선안의 핵심은 안전진단 통과의 가장 큰 걸림돌인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을 크게 낮춘 것이다.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은 5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환경은 15%에서 30%로 높였다. 설비노후도 비중은 25%에서 30%로 조정했다. 구조안전성은 건물이 구조적으로 안전한지를 따지는 것이고, 주거환경 항목은 주차대수, 층간소음 등에 대한 평가다.
그간 정부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재건축 규제를 풀거나 강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3월 이 비중을 종전 20%에서 50%로 대폭 높였는데, 그 결과 재건축 단지는 안전진단에서 줄줄이 탈락했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방안은 그간 과도하게 강화된 기준으로 (노후 아파트가) 재건축의 첫 관문도 통과가 어려웠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항목 평가에서 조건부 재건축의 범위도 줄어든다. 앞으로 안전진단 결과 100점 만점에 45점 미만이면 ‘재건축’, 45~55점은 ‘조건부 재건축’, 55점 초과는 ‘유지 보수’(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게 된다. 지금은 30~55점이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이 내려지는데, 그 폭을 좁혀 ‘재건축’ 판정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차 안전진단 문턱도 낮아진다. 지금은 민간기관이 진행하는 1차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을 받으면 의무적으로 국토안전관리원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이 적정성 검토를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시행하기로 했다. 사실상 2차 안전진단이 폐지된 셈이다.
이에 따라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노후 단지가 크게 늘 전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200가구 이상)는 2687개 단지, 151만 가구에 이른다. 서울만 389개 단지, 30만 가구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와 노원구 상계주공 등이 대표적이다. 목동신시가지는 1~14단지 중 6단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이종헌 목동아파트 재건축준비위원회 연합회장은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이 사라져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시뮬레이션 결과, 2018년 3월 이후 안전진단을 마친 단지(46곳) 중 54.3%(25곳)는 ‘유지보수’, 45.7%(21곳)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지만, 완화된 규정을 적용하면 26.1%(12곳)가 ‘재건축’, 50%(23곳)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된다 해도 금리 인상, 초과이익 환수제 영향으로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뛰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청약 기대 이하=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청약 성적이 전문가의 예상치를 밑돌았다. 한국부동산원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6~7일 이틀간 진행한 올림픽파크 포레온 1순위 해당 지역 청약을 진행한 결과 3695가구 모집에 총 1만7378명이 접수해, 평균 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초 청약 접수 첫날인 6일 열린 1순위 해당 지역(서울시 2년 이상 거주자) 청약에서 마감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부분 주택형이 예비입주자 500% 요건(청약 경쟁률 5대1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