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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척결’ 약속한 페루 좌파 대통령, 부패 혐의로 탄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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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7일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 탄핵으로 새 대통령이 된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 [신화=연합뉴스]

7일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 탄핵으로 새 대통령이 된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 [신화=연합뉴스]

‘부패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지난해 7월 페루 대통령이 된 페드로 카스티요(53)가 지난 7일(현지시간) 취임 16개월 만에 부패 혐의로 탄핵당했다. 대통령직은 카스티요 정권의 이인자 디나 볼루아르테(60) 부통령이 승계했다.

로이터통신·뉴욕타임스 등은 이날 페루 의회가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의결 정족수 87명을 넘긴 찬성 101표(반대 6표, 기권 10표)로 가결됐다. 의회가 여당 50석, 야당 80석으로 구성된 것을 고려하면 여당 의원 상당수가 탄핵에 가세했다. 페루는 의회에서 탄핵이 결정되면 헌법재판소 등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탄핵당한다.

카스티요

카스티요

앞서 카스티요는 탄핵 추진을 막기 위해 지난 6일 의회 해산을 선언하며 맞불을 놨다. 이에 프란시스코 모랄레스 헌법재판소장은 “쿠데타가 발생했다”며 의회가 예정대로 탄핵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볼루아르테 부통령마저 “의회 해산은 정치·제도적 위기를 악화하는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의회는 카스티요의 발표 직후 의원들을 긴급 소집하고, 당초 7일 오후로 예정됐던 본회의를 앞당겨 탄핵안을 서둘러 가결한 뒤 규정에 따라 볼루아르테 부통령을 새 대통령으로 추대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페루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적 휴전을 요구한다”면서 “정파를 떠나 민심을 추스를 수 있는 새 내각을 9개월 이내에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루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인 볼루아르테는 카스티요의 나머지 임기(2026년 7월) 동안 정부를 이끌게 된다. 카스티요는 탄핵안 가결 직후 대통령궁에서 경찰서로 이송됐다. 검찰은 카스티요가 반란 혐의로 구금됐다고 밝혔다.

카스티요 지지자들이 수도 리마 인근에서 경찰과 충돌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카스티요 지지자들이 수도 리마 인근에서 경찰과 충돌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빈농의 아들이자 전직 초등학교 교사였던 카스티요는 급진 좌파 계열로, 엘리트 중심의 페루 정치권을 비난하며 지난해 7월 0.25%포인트 차이로 대선에 승리했다. 카스티요는 ‘부패 척결’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취임 초기부터 가족과 측근에게 특혜를 주고 직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검찰은 카스티요가 국가사업에서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며 사익을 챙겨왔다고 보고 있다. 카스티요가 임명한 80여 명의 장관은 전문성 부족은 물론 가정 폭력과 살인, 부패와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다.

카스티요 탄핵 이후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나는 등 페루는 혼란에 빠졌다. 수도 리마에서는 수십 명이 국기를 흔들며 카스티요의 몰락을 환호했지만, 아레키파시에서는 카스티요 지지자들이 가두 행진을 벌였다.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들은 페루의 정치 안정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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