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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회사 개발자, 북 IT 공작원입니다” 위장취업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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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준일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가운데)이 8일 외교부에서 북한 IT 인력에 대한 정부 합동주의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일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가운데)이 8일 외교부에서 북한 IT 인력에 대한 정부 합동주의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8일 북한 IT 공작인력의 위장 취업을 통한 외화벌이 차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외교부·통일부·국가정보원·경찰청 등 관계 부처·기관은 이날 ‘북한 IT 인력에 대한 정부 합동주의보’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 IT 인력이 해외 각지에 체류하며 국적과 신분을 위장하고, IT 분야 구인·구직 웹사이트 등을 통해 전 세계 기업들로부터 매년 수억 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이들을 고용하지 않도록 주의와 신원 확인을 강화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미국 역시 국무부·재무부·연방수사국(FBI) 등이 공동으로 북한 IT 인력의 위장 취업을 조심하라는 내용의 주의보를 발표했다.

이준일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2016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강화된 후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자금 확보 등 외화벌이에 있어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북한의 불법 사이버활동을 통한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다각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상세 내용 외교부 홈페이지 참조).

북한 IT 인력은 군수공업부·국방성 등에서 조직적으로 양성한 고숙련자다. 이들은 오랜 실무교육 등을 거쳐 실력이 뛰어난 데다 외국어에 능통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스스로 낮은 인건비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인력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정부는 현재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해외 각지에 파견된 북한의 IT 인력이 수천 명 규모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종현 이스트시큐리티 시큐리티대응센터장은 “북한 공작원이 해킹으로 정보를 빼내고, 당에 헌납할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이런 위장 취업을 하는 사례가 2019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장 취업이 성행하는 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구인·구직이 활성화하면서 신분 확인 등 취업 과정 역시 간소화한 영향이 크다. 최근엔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의 본인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지자 이들 중 상당수는 아예 외국인 계정을 사들여 활용하고 있다. 또 화상 면접을 진행할 경우 계정 가입자와 면접자의 신원이 다르다는 점이 발각될 수 있어 이들은 주로 온라인 채팅 방식의 면접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이) 화상 면접을 요구하는 경우 이들은 계정 대리인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기술적인 문제로 음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화 면접을 유도한다”며 “화상 면접의 경우 계정 대리인의 컴퓨터에 원격 접속해 대신 프로그래밍 시범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손영동 동국대 국방안전연구센터 초빙교수는 “간단한 앱이나 프로그램 개발의 경우 계약이 온라인으로 간소하게 이뤄지는 데다 외주업체의 경우 일감을 하청과 재하청을 주는 경우가 많아 북한 IT 인력의 위장 취업에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북한 IT 인력임을 알면서도 고용할 경우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가 있다. 국내적으론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에 해당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측에 용역을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행위는 남북협력사업에 해당하는 만큼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승인 없이 일감을 줄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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