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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예산 5688억원 삭감…'무상 스마트기기'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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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별관에서 열린 제315회 정례회 제10차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2023년도 서울특별시교육비 특별회계 예산안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별관에서 열린 제315회 정례회 제10차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2023년도 서울특별시교육비 특별회계 예산안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교육청

서울시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이 시의회에서 대폭 삭감되면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추진하는 무상 스마트기기 보급 등 디지털 전환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7일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2조 3227억원 규모의 서울시교육청 본예산안을 통과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도 예산안으로 12조 8915억원을 편성했다.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가 총 5688억원을 삭감했는데, 이를 그대로 통과시킨 것이다.

스마트기기·전자칠판 예산 2400억원 삭감

지난달 29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내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안 계수조정에서 총 5688억원을 삭감했다. 스마트기기 무상 지급 사업인 ‘디벗’ 923억원과 전자칠판 설치 사업 1590억원 등 디지털 전환 관련 사업 예산이 대폭 깎였다.

학교 시설 개선을 위해 쓰이는 학교운영비도 1829억원 삭감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공공요금이 오르고 고물가 상황에서 학교당 약 4억 5천만원 수준으로 예산이 줄었다”며 “(냉‧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찜통 교실, 냉장고 교실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한국형 바칼로레아(KB)’ 구축 예산이 전액 삭감되고,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예산이 165억원 감액되는 등 조희연 교육감의 주력 사업들이 차질을 빚게 됐다.

“방만 수당 삭감” vs “냉·난방비 걱정해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3월 28일 오후 스마트기기 휴대 학습 '디벗' 배부 현장에서 신연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유해정보필터링 앱을 확인하며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3월 28일 오후 스마트기기 휴대 학습 '디벗' 배부 현장에서 신연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유해정보필터링 앱을 확인하며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 서울시교육청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국민의힘 소속 9명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4명의 위원으로 구성돼있다. 이번 예산안 심사를 두고 여야 간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야당 의원들은 8일 입장문을 내고 “학교기본운영비 삭감으로 당장 일선 학교의 냉‧난방비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이 진보교육감 죽이기를 위해 미래세대 교육을 볼모 잡고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불필요하게 사용된 방만한 수당을 삭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가진 국민의힘 시의회에선 서울시교육청이 1000억대의 예산이 드는 전자칠판 사업 등의 세부 운영 계획안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현재 중1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스마트기기가 악용되는 등 디벗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교육청 “예산 조정 과정 생략됐다” 

서울시교육청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 사업 설명서에서 사업별 세부 계획을 설명했고 추가 자료 제출 요청도 없었다”며 “계수 조정을 거치면서 예산이 일부 회복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질의 답변이 끝나자마자 바로 통과됐다”고 말했다. 디벗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에서 시행 중이고 교사들의 만족도도 높다”며 반박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추경으로 추가 예산을 확보한다고 해도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교육청은 올 하반기에도 3조 7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지만, 이 중 2조 7000억원을 기금으로 적립했다.

서울시교육청의 2023년도 본예산안은 16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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