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품목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화물연대 간 치열했던 힘겨루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다.
8일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국토교통위원 위원들이 정부와 여당의 ‘품목확대 없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면서다. 이들은 “제도의 폐지만큼은 막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운임제는 올해 말 일몰 예정이다.
물론 대통령실과 여당은 화물연대가 먼저 파업을 풀고 복귀해야만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선복귀라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여야 간에 어느정도 접점은 보이는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지난 2004년 도입 후 첫 업무개시 명령 발동 등 정부·여당의 강공책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결말이 단순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진짜 중요한 쟁점을 풀어야만 한다. 바로 안전운임이 정말로 교통안전 개선에 효과가 있느냐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명칭은 안전운임인데 교통안전에 별 효과가 없다고 한다면 이 제도를 지속해야 할 이유도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앞서 나온 연구결과들은 안전운임의 효과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국토교통부가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안전운임제 시행 전인 2019년과 시행 2년 차인 2021년의 교통사고 현황을 비교한 결과, 견인형 화물차의 교통사고는 2019년 690건에서 지난해는 745건으로 8.0% 증가했다.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인 컨테이너와 시멘트 벌크 트레일러(BCT) 차량은 전체 견인형 화물차(3만 5000대)의 78%인 2만 7500대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9년 21명에서 지난해는 30명으로 42.9%나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가 각각 11.5%와 12.9%씩 감소한 흐름과는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이보다 앞서 한국교통연구원이 2019년과 2020년을 비교했을 때도 교통사고는 소폭(2.3%) 감소했지만, 사망자 수는 19% 증가한 사실이 확인돼 교통안전 효과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
반면 컨테이너 차주와 시멘트 차주의 수입은 각각 24.3%와 111%가 늘었고, 월평균 업무시간 역시 줄어들었다. 차주들로서는 수입은 늘고 근무시간은 단축됐으니 안전운임이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화물연대 측은 또 안전운임 도입 이후 시멘트 품목 과적 경험이 30%에서 10%로 줄고,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 비율도 많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노동위험 지수가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화주들은 입장이 전혀 다르다. 안전운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교통사고와 사망자가 증가한 데다 물류비 부담까지 늘어나고 있으니 이 제도를 예정대로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정부로서는 이런 상황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불분명한 교통안전 효과도 그렇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화물운임을 정부가 강제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안전운임 위반 시 화주처벌(과태료 500만원) 규정도 유례가 없다.
그러나 안전운임을 시행한 기간이 3년으로 비교적 짧기 때문에 명확한 효과를 따지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이다. 효과 분석을 맡았던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도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기에는 사실 분석대상 기간이 짧다는 한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안전운임을 3년 연장하되 효과를 정밀 분석해서 그 결과에 따라 제도 지속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대로 준비하고 자료를 축적해서 객관적인 분명한 분석결과를 도출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도 “안전운임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보다 정교한 분석이 요구된다”며 ”차제에 모호한 안전운임 대신 본질에 맞게 명칭을 표준운임 또는 최저운임이라고 바꾸고 이에 맞는 논의를 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제 없는 안전운임의 단순한 연장은 불필요한 갈등만 지속시킬 뿐이다. 제대로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수순을 밟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