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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2년 걸린 신한울 1호기 ‘가동’…원전 확대 ‘신호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 방문한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 원전 내부에선 ‘웅웅’ 하는 기계음이 계속 귀를 울렸다. 2010년 건설에 착수한 이래로 12년 만에 첫발을 내딛는 원전이 힘찬 숨소리를 내뱉는 듯했다. 상업운전 직전의 신한울 1호기는 100% 출력으로 돌아가며 본격적인 출발 준비를 마쳤다.

5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 터빈 관람창에서 원전 모형을 살펴보는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5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 터빈 관람창에서 원전 모형을 살펴보는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그리고 7일 신한울 1호기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상업운전은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 생산한 전력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현장에서 만난 홍승구 한국수력원자력 신한울 제1발전소 기술실장은 “현재도 시간당 1400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며 “연간으로 보면 1만424기가와트시(GWh) 규모로, 경북 지역 연간 소비량의 23.5%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신한울 1호기가 운전을 시작하며 겨울철 전력 공급이 보강될 전망이다.

2010년 4월 첫 삽을 뜬 신한울 1호기는 당초 2017년 4월에 상업운전을 시작하려고 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을 폈던 문재인 정부가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부지 안정성 평가, 기자재 품질 강화를 추진하며 일정을 미뤘다.

핵심 설비 모두 국산화한 ‘수출 원전’ APR1400 

신한울 원전을 구성하는 원자로형 APR1400은 원자로냉각재펌프(RCP)·계측제어시스템(MMIS) 등 핵심 설비와 코드 등을 모두 국산화해 기술적으로 자립한 원전이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로의 수출에 성공했고 현재는 체코와 폴란드 등으로의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5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가동 중인 터빈을 들여다보는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5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가동 중인 터빈을 들여다보는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가동 중인 신한울 1호기 터빈룸에선 터빈이 분당 1800바퀴를 돌며 전력을 생산하고 있었다. 원자로에서 뜨겁게 데워진 물이 증기발생기를 지나며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가 터빈 날개를 돌리면 옆에 붙은 발전기에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구조다. 2011년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에서 열기를 받은 증기가 바로 터빈을 돌리는 구조라, 계통 중간에 균열이 발생하면 방사능을 띤 물이 바로 유출되는 구조였다. 그러나 신한울 원전은 원자로에서 나온 방사성 물이 증기발생기를 사이에 두고 터빈을 돌리는 물과 직접 닿지 않기 때문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아직 가동하지 않고 있는 신한울 2호기에선 돔 형태의 원자로건물 내부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원자로는 내부 인테리어를 거의 마무리한 아파트 같았다. 지표면으로부터 약 72m, 아파트 24층 높이의 돔 안에는 수소를 제거하는 파동형수소제거설비(PAR)가 들어가 있었다. 수소 폭발이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모든 원전에도 PAR을 설치했다. 두께 122㎝의 콘크리트 외벽으로 둘러싼 원자로 속에 우라늄 연료를 장전하면 2호기에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왼쪽)과 2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왼쪽)과 2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신한울 2호기는 내년 9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울 3·4호기 건설도 한창이다. 신한울 1·2호기 옆으로 신한울 3·4호기도 건설 준비 작업 중이다. 신규 원전이 늘어나면서 에너지 수급 체계에서 원전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고리 2·3·4호기 계속운전 신청”

올해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체감한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안정적 전력 수급’을 내세워 원전 중심의 에너지 믹스를 구성하기로 했다. 지난해 정부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통해 원전 발전 비중을 전체의 23.9%로 설정했는데, 새로 확정을 앞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32.4%로 8.5%포인트 상향했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을 계속운전하도록 하는 등 원전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고리 2·3·4호기의 계속운전을 신청했다”며 “임기 중 (신청 가능한 원전의 계속운전을) 다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사장은 “신한울 1호기 건설에서 여러 상황 때문에 완공이 지연됐다”며 “지연되지 않았다면 전기 생산을 빨리 할 수 있었을 것이고, 국가적 기여를 많이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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